
대선·개헌 '동시투표론'이 난관에 부딪힌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 의장은 “위헌·불법 비상계엄 단죄에 당력을 모아온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이 당장은 개헌 논의보다 정국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헌이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면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해 국회를 무시하고, 정국을 혼란에 빠뜨려 안정적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며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우 의장과 지난 5일 만나 개헌 추진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 대표가 7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자 개헌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우 의장은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前文) 수록 등 일부 개헌이라도 대선 동시투표를 통해 추진한다는 가능성을 닫진 않았다.
8일 한 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한 건 우 의장이 최종적으로 대선·개헌 동시투표를 포기하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이 후보자를 “내란 공모자”라고 주장해 왔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자 지명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갈등이 더 격화하면서 개헌 논의가 진전될 공간이 거의 사라졌다고 우 의장은 판단했다고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아랍연맹 주한 외교사절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장실
우 의장은 일부 민주당 극렬 지지층이 자신을 향해 “내각제 개헌을 하려 한다”고 비판한 부분도 바로 잡았다. 그는 “대통령제는 6월 민주항쟁의 결실”이라며 “이를 버리는 내각제는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국회의장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의 이날 입장에 대해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직하게 개헌을 추진하던 국회의장조차도 버텨내지 못하는 모습은 이재명 대표 뜻에 반하는 의견에 대해선 당내 논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1인 독재 정당, 민주당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시민사회·국민과 함께 변함없이 개헌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