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1조4800억 벌금 낼 수도"…잘나가던 TSMC 무슨 일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사무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사무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TSMC가 미국 정부 제재 대상인 중국 화웨이에 우회경로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최대 10억 달러(약 1조4822억원)의 벌금을 물 위기에 처했다.

로이터는 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부터 화웨이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어센드 910B’에서 TSMC가 제조한 것과 일치하는 칩이 발견된 것과 관련한 조사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조사 결과 중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회사 소프고(Sophgo)가 화웨이를 대신에 TSMC에 칩 생산을 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웨이가 2023년 출시한 어센드910B는 중국 내 가장 진보한 대량생산형 AI칩으로 꼽힌다.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 수출을 금지한 엔비디아의 A100과 유사한 스펙을 가졌다고 평가된다. 외신과 업계는 딥시크와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AI 모델에 이 칩이 활용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소프고는 지난 1월 미국 상무부가 수출통제 리스트 포함시킨 기업이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미국의 기술력이 들어간 첨단 기술이나 제품을 거래할 수 없다. 하지만 화웨이가 소프고를 통해 TSMC에서 칩을 제조한 것은, 미국 장비와 기술을 사용하는 TSMC가 중국 AI 발전에 도움을 준 셈이 된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기술안보정책센터 연구원 레나트 하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수년간 소프고가 주문한 칩을 300만개 가까이 제조했다. 거래금액으로 따지면 5억 달러 규모다. 수출 제재 위반 시 거래금액에 최대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미국 상무부의 규정에 따라, TSMC는 최대 10억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TSMC는 “회사는 법 준수에 전념하고 있으며 2020년 9월 이후 화웨이에 칩을 공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해야 하는 대만 입장에서, TSMC의 제재 위반은 불리한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려은 이날 TSMC를 콕 집어 언급하며 칩스법 보조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다시금 드러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TSMC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66억 달러 보조금을 제공한 점을 언급하며 “반도체 회사들은 그런 돈이 필요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잘못된 방식으로 세금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TSMC에 돈을 주지 않았고 멍청한 반도체법도 없었다”며 “여기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25%, 50%, 어쩌면 100%의 세금을 낼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TSMC를 향해 관세를 경고하자 미국에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실제 TSMC 웨이저자 회장은 지난 3월 미국에 1000억 달러를 더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