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기술 수출 제재에 이어 관세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장 반응은 이미 긍정적이다. 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공시 자료와 주가 변화를 토대로 이번 미·중 관세 전쟁이 일부 기술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칩시테크놀로지스는 이번 관세 갈등으로 중국 내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가전제품과 자동차용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주가는 전날 대비 4.38% 상승했다. 레이더 센서용 칩 제조업체인 쑤저우 에버브라이트 포토닉스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가 매출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주가가 5.4% 오른 회사 측은 “수입 칩 비용이 더 오르고 국내 고객들이 공급망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재→관세, 내성 강해진 中반도체

신재민 기자
하지만 중국의 보복 관세로 미국산 장비 수입 가격이 오르면 기존 수요가 중국 장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나우라’(북방화창)는 미국의 기술 규제에도 식각·증착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춰 미국 장비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6위인 나우라는 중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세계 10위 이내에 든다.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 순이익은 53% 증가하는 등 3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수출 제재에도 7나노(㎚·1㎚=10억 분의 1m) 공정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진 ‘사이캐리어’(SiCarrier)는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에서 처음으로 자사 장비를 외부에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삼성·SK ‘딜레마’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장비사들이 미국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식각이나 에칭 등 일부 분야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현지 수요 증가와 집중적인 투자가 이어질수록 장비사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 업체 등 산업 전반이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