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시. 사진 바이두 캡쳐
허강은 인구 약 93만 명의 소도시로 한때는 석탄 산업을 기반으로 한 공업 도시였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산업 구조가 연해 지역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도시 경쟁력을 잃고 인구 유출이 가속화됐다.
2019년 허강에서 “5만 위안 배춧값으로 내 집 마련 성공”이라는 한 블로거의 온라인 게시글이 인기를 끌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고물가·고소비의 도시 생활에 극도의 좌절감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 그냥 허강이나 갈래”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다.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 덕에 허강은 지속해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좋은 도시’라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대도시 생활에 피로감을 느낀 퇴직자들이 허강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선택하고 있다. 일부 젊은 층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을 활용해 허강에서 생활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은퇴 이후 퇴직금으론 기존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집값도 싸고 생활비도 적게 드는 허강에서는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는 게 이주자들의 소감이다.
중국에는 현재 약 1억 4000만 명의 시니어 계층이 존재하며 이들의 월 평균 연금은 약 3200위안(한화 약 50만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 대출 부담 없이 조용한 노후를 꿈꾸는 이들에게 허강과 같은 소도시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 환경 개선에도 박차
뜻밖의 인구 유입에 대응해 허강시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시는 노후 주거단지의 수도·난방·가스 등 기반시설을 재정비하고 단지 내 헬스기구와 무료 와이파이 설치 등 신도시 수준의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외지에서 전입한 주민에게는 일정 수준의 거주 보조금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허강은 여전히 일자리 부족과 한화 약 40만원 미만의 낮은 임금 수준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한의 기후 역시 이주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