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투자 추진 정부…가스공사 47조 빚더미에 여력 있나

정부가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미 정부가 가하는 관세 부과 등의 압력을 낮출 목적이다. 만일 투자에 나선다면 한국가스공사가 한국의 '키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28분간 전화통화를 한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알래스카 LNG와 조선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충분히 협의를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업 관련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3월14일 정 본부장), “다각적 채널로 사업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으로 지금 시점에서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3월2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그간 정부가 사업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추진 알래스카 LNG 개발 그래픽 이미지.

트럼프 추진 알래스카 LNG 개발 그래픽 이미지.

 
정부는 투자에 나설 경우 가스공사를 주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사업은 인프라(가스처리공장·가스관·액화처리시설 등) 건설과 LNG 구매 등 두 갈래다. 핵심은 총 사업비가 440억 달러(약 6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인프라 건설이다. 알래스카의 혹독한 기후 환경 등을 고려하면 사업비는 더 크게 불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가스공사의 재무 구조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재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미수금은 14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 늘었다. 총부채는 47조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400%를 넘었다. 장기간 도시가스 요금이 원가보다 아래인 ‘밑지는 장사’를 해온 탓이다. 이 상태에서 알래스카 사업에 참여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나라 곳간은 여유가 없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식으로 가스공사가 민간 기업과 손을 잡은 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민간 업계에서는 알래스카 사업에 리스크(위험요인)가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미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인 엑슨모빌 등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검토했다가 발을 뺀 상태다.

오성익 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분과 부의장은 “자칫 국민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는 사업인 만큼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회를 포함한 각계각층으로부터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만일 알래스카 사업 투자를 피하기 어렵다면 대만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와 함께해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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