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 영상을 공개했다. 이 전 대표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 없는 삶을 추구하는 '먹사니즘'을 넘어, 실용주의를 앞세워 더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잘사니즘' 등을 강조했다. 뉴스1
이날 공개된 11분 36초 분량의 영상은 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선고 음성과 ‘탄핵 찬성’ 집회에서 환호하는 시민들 모습으로 시작했다. 이어 영상에 등장한 이 대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은 헌법이라는 그 제도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제도를 가지고 사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이다. 이번에도 강력한 무력을 동반한 권력을 끌어내렸다”고 입을 열었다.
방점이 찍힌 것은 경제성장이었다. 이 대표는 사회적 갈등의 핵심 원인을 “경제적 양극화”로 꼽고 국가 주도적 대규모 투자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경제는 민간 영역만으로 발전되기 어렵다”며 “이제는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시대인데 문제는 과학기술 수준이 너무 높아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 정부 단위의 인력 양성, 대대적 기술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새 정책 브랜딩인 ‘잘사니즘’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단 먹사니즘은 기능적이고 물질적인 문제”라며 “잘사니즘이란 더 가치 지향적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3년 전 대선에선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이 권리로 보장되는 ‘기본사회론’을 내세웠다. 지난해 당 대표 출마 당시엔 ‘먹사니즘’이었다. 2월 교섭단체 연설에서 새롭게 꺼내 든 ‘잘사니즘’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그 방편으론 “(진영을 떠나) 오직 어떤 정책이 더 유용한지가 최고의 기준”이라며 실용주의를 제시했다. 신속한 행정 능력도 강조했다. 그는 “대개 공직자들은 크고 중요한 일부터 고민해 작아 보이는 일은 일단 미뤄서 그게 엄청 쌓인다”며 “반면 모든 일을 다 중요하게 여기는 저는 작고 간단한 일부터 최대한 빨리 해치운다”고 했다.
이어 12·3 계엄 직후 국회에서 대기하며 숙식한 자신의 사무실 사진을 띄우며 “제 업무 책상엔 서류가 쌓이질 않는다”고 했다. 이런 행정은 이 전 대표가 19·20대 성남시장 시절부터 도입했다고 한다. 성남 시민이 민원을 SNS를 통해 접수하면, 담당 부서로 업무지시가 즉각 하달돼, 시청 직원이 바로 민원을 해결했다고 한다.
외교에 관해선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일관된 원칙은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란 것”이라고 했다. ‘K-initiative(케이-이니셔티브)’란 국가 비전도 제시하며 “‘K-컬쳐’와 ‘K-민주주의’ 등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정진욱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4일 윤 대통령 파면 직후 주말 서울의 한 카페에서 대담 형식으로 촬영된 이 영상에서 이 전 대표는 노타이에 미색의 니트를 입었다.
2017년, 2022년 대선 출마 선언 당시 다소 거친 언어로 개혁적 이미지를 드러냈다면, 이번엔 감성적이고 차분한 어조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회복의 리더십을 강조했다는 자평이다.
‘적폐청산’ ‘재벌해체’(2017년) 같은 대결의 언어, ‘억강부약’ ‘대동세상’(2022년) 같은 가치 중심의 단어도 ‘경제성장’ ‘국익 우선’ 등 실용주의적 용어로 바뀌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이름을 단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정치인은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일 뿐이란 ‘국민주권’ ‘군주민수(君舟民水)’ 철학은 그대로 유지했다. 평소 즐겨쓰던 ‘머슴’이란 단어를 ‘도구’로 바꿨을 뿐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란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대표 개인의 서사나 헌법정신과 같은 대원칙을 앞세웠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12ㆍ3 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의 집단 경험을 내세워 출마의 정당성과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모습이었다.
영상은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문구로 마무리됐다. 이번 대선의 보조 슬로건으로 활용될 이 문구에 대해, 친명계 의원은 “이재명식 리더십은 지난 대선 때보다 이번 대선 같은 국난의 위기를 극복할 때 적격이다. 시대 정신이 이재명이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비전 발표회를 열고 직접 취재진 앞에서 대선 포부와 공식 슬로건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