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 3월 美 CPI 예상치 하회

김주원 기자
CPI 상승세 둔화에 기여한 것은 에너지 가격이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서 3.3%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위협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이다. 여기에 1~2월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던 계란 등 식품 가격도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이 잦아들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실제 전월 대비 계란 값 상승률이 2월에는 10.4%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5.9%로 둔화했다.
“상호관세로 CPI 4%까지 오를 수도”
관세로 인한 물가 재상승 경고음은 벌써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가 지난달 집계한 ‘1년 기대 인플레이션’는 5%로 지난 2월 집계치 대비 0.7%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고물가 우려가 커졌던 지난 2022년 11월과 같은 수치다. 트럼프 관세 정책에 물가 상승률 확대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1%로 2월(3.5%) 대비 0.6%포인트 올랐는데, 1993년 2월 이후 32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을 보였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향후 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해당 수치가 오르면 실제 물가 상승률도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폴 애슈워스 캐피털 이코노믹스(CE)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둔화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미국의 CPI가 향후 4% 수준에서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며 “이는 Fed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보다 두 배 이상 높다”고 했다.
Fed “정책 불확실성, 물가 확대 오래갈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하락 등의 주요 원인이 연준의 금리 인상이라고 보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 인플레이션’ 우려에 Fed도 금리 결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Fed는 9일(현지시간)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경제에 미칠 순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다수 참석위원이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물가 상승률 확대 효과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지속하는 가운데, 고용 전망이 악화한다면 어려운 상충관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 재연? 트럼프·파월 금리 충돌 가능성
반면 파월 의장은 “높은 관세가 향후 몇 분기 동안 물가 상승률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관세가 일시적인(temporary) 물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영향이 더 지속적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