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번 홀에서 볼을 찾는 저스틴 토머스(왼쪽)와 스코티 셰플러. 그 동안 바예스터는 소변을 봤다. AP=연합뉴스
볼은 그린에서 한 번 튀어 홀 옆에 멈추나 했는데 깃대를 맞고 물에 빠져 버렸다. 버디를 할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한국의 안병훈도 불운이었다. 세컨드 샷이 나무를 맞고 하필이면 왼쪽으로 물에 빠지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11~13번 홀이 있는 아멘코너는 코스의 가장 낮은 지역이다. 물이 이쪽으로 흐른다. 개울은 코스 밖에서 13번 홀 그린쪽으로 흘러와 12번 홀과 11번 홀 그린을 스치고 나간다.
특히 12번 홀 그린과 13번 홀 티잉구역이 있는 곳은 일반인들이 가지 못하는 곳이어서 신비로운 곳으로 꼽힌다.

호세 루이스 바예스터. AP=연합뉴스
그는 “화장실이 티박스 왼쪽에 있다는 걸 잊었다”라며 “전혀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만약 다시 해야 한다면, 또 할 거다. 오늘 나온 커다란 박수 중 하나였을 텐데, 재밌었다”고 했다. 바예스터는 US 아마추어에서 우승해 마스터스 출전 자격을 얻었다. 스코티 셰플러와 함께 경기한 바예스터는 이날 76타를 쳤다.
바로 다음 조에 김주형이 있었다. 김주형은 13번 홀에서 이글을 했다. 그는 “티샷을 친 후 코스가 어려워 세 번에 잘라가겠다고 다짐하고 걸어갔는데 막상 가서는 2온을 시도했다. 핀까지 213야드, 개울을 넘기는데는 206야드였다. 4번 아이언을 쳤는데 잘 맞았기 때문에 넉넉하게 넘어갈 걸로 생각해 공을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가 보니 볼이 핀 다섯발자국 옆에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조금만 짧았다면 김주형의 공은 바로 앞조에서 경기한 바예스터의 소변에 오염된 개울에 빠질 뻔했다.
로리 매킬로이는 이 홀에서 335야드의 티샷을 날렸다. 194야드를 남기고 친 7번 아이언은 방향이 완벽했으나 홀을 좀 지나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린에 있던 동반자의 볼에 맞고 스피드가 줄었다. 쉽게 버디를 잡았다.
스코티 셰플러는 13번 홀에서 운의 도움이 없이 버디를 잡았다. 13번 홀 페어웨이는 오른손잡이에게 발끝 오르막 라이다. 훅이 걸리기 때문에 선수들은 2온을 시도할 때 약간 오른쪽을 겨냥하고 친다. 그러나 셰플러는 오히려 왼쪽을 보고 페이드를 걸었다.

스코티 셰플러 AP=연합뉴스
드로샷은 컨트롤이 어려워 예상보다 많이 갈 수 있는데 그게 싫은 거였다. 셰플러는 아이언샷 능력이 최고다. 과거 타이거 우즈가 그랬던 것처럼 볼을 이리저리 휘어치면서 오거스타의 까다로운 그린을 정복하고 있다.
셰플러는 마스터스에서 최근 3년간 2번 우승했고, 23년 전 타이거 우즈 이후 처음으로 2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셰플러는 4언더파 68타로 7언더파 선두 저스틴 로즈에 3타 차 2위다. 루드빅 오베리, 코리 코너스도 4언더파 공동 2위다.
로리 매킬로이는 13번홀까지 4언더파였으나 15번 홀에서 세 번째 샷이 물에 빠져 2타를 잃었고 17번 홀에서도 더블보기를 해 이븐파로 경기를 마쳤다. 공동 27위다.

임성재. 로이터=연합뉴스
김주형은 1오버파 공동 37위다. 김주형은 “오늘 실수가 별로 없어 2-3언더파 친 것 같은데 오버파일 정도로 코스가 어렵다. 유리판 같다는 마스터스 그린을 이번 대회에서 처음 느낀다. 어릴 때 생각한 마스터스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2오버파 공동 50위인 안병훈은 “샷이 나쁘지 않았는데 몇 야드씩 조금 짧거나 길면 어려운 자리로 가게 되고 그래서 보기가 나왔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으니 내일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