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처럼 역사에 남길"…탄핵 집회 응원봉 기증받는 박물관들

지난 7일 박모(35)씨는 탄핵 찬성 집회에서 사용된 BTS 응원봉 '아미밤'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사진은 박씨가 집회 현장에서 촬영한 응원봉의 모습. BTS의 노래 가사 '빛은 어둠을 뚫고 나가'라는 문구가 스티커로 붙어 있다. 사진 박모씨

지난 7일 박모(35)씨는 탄핵 찬성 집회에서 사용된 BTS 응원봉 '아미밤'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사진은 박씨가 집회 현장에서 촬영한 응원봉의 모습. BTS의 노래 가사 '빛은 어둠을 뚫고 나가'라는 문구가 스티커로 붙어 있다. 사진 박모씨

 

2016년의 촛불처럼, 제 응원봉도 역사에 남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증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 사용했던 방탄소년단 응원봉 ‘아미밤’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한 박모(35)씨는 10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16회 정도 집회에 들고 나간 응원봉”이라며 “민주주의 역사 한쪽에서 빛나는 응원봉을 든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미래 세대에 전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였던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뒤 역사박물관들이 집회에서 사용됐던 물건을 수집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기록한다는 의미에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해 12월부터 탄핵 찬반 집회에서 배포된 피켓과 스티커, 계엄령 선포 관련 기사가 게재된 호외 신문, 응원봉 등 총 87건 154점을 수집했다. 탄핵 찬성 집회에서 쓰인 응원봉은 집회 참여자들로부터 기증받았다.

박씨가 기증한 집회 응원봉이 박물관에 인계된 후, 수증 심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박씨가 기증한 집회 응원봉이 박물관에 인계된 후, 수증 심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번 집회 외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의료 파업 집회 등과 관련된 자료도 모았다고 한다. 자료관리과 관계자는 “12·3 계엄 이후 진행된 집회들은 우리 현대사적으로도 각별하다고 생각해 자료를 수집했다”며 “특히 탄핵이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비폭력과 ‘흥’의 문화를 보여주는 응원봉은 매우 가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수집된 집회 용품들은 심의를 거쳐 소장 가치 등을 평가받고, 최종적으로 수증 결정되면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된다. 이후 원래 상태를 유지하며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온·습도가 일정하게 관리되는 수장고에 보관된다. 수증 심의를 거친 자료들은 전시 등 박물관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응원봉·깃발 등 다양한 시위용품을 기증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 서울역사박물관도 서울 근현대 문화유산을 발굴‧보전하는 ‘서울미래유산’ 사업의 일환으로, 담당 주무관이 직접 주말 탄핵 찬반 집회 현장을 찾아 피켓‧팸플릿‧스티커 등을 모았다고 한다. 민족문제연구소 식민지역사박물관은 ‘민주주의와 깃발(가제)’ 기획 전시에 활용 예정이라며 대자보‧피켓‧깃발‧유인물‧광선검 등을 기증받았다.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 참여자들이 손팻말과 깃발 등을 들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 참여자들이 손팻말과 깃발 등을 들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이런 집회 용품이 탄핵 찬반을 떠나 그 시대에 존재했던 다양한 시각과 입장을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 관계자는 “현재의 역사를 후대를 위해 기록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집회에서 촛불이 많이 활용됐는데 이번 탄핵 집회에선 가수 응원봉이 많이 보였다는 점에서 집회 문화의 변화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지연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현대사 자료 중 정부 공문서 같은 공식 기록은 보존이 쉽지만, 팸플릿과 같은 일회성 자료는 좋은 상태로 구하기 어렵다”면서 “현장의 생생함을 잘 보여주는 탄핵 집회 자료를 미리 수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한복판에 있는 우리가 후대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제각각이겠지만, 보존된 자료를 통해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할지는 전적으로 미래 세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