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에서 승소해 손해 배상 권리를 확보한 징용 피해자들에게 피고 기업을 대신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연합뉴스
'재계 기부'는 포스코 이후 최초
제3자 변제 해법은 한·일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재원을 통해 소송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재단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을 뜻한다.
3자변제 해법을 수용하는 피해자들이 꾸준히 나오지만, 정작 재단의 재원은 고갈 상태인 게 문제였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3자 변제를 통한 판결금 수령을 바라는 피해자들을 위해 최소 120억 원이 더 필요했지만, 재단에 남은 돈은 3억 원뿐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잔여 현금 36억원…60억원 더 필요
2023년 12월과 지난해 1월만 해도 대법원에서 총 52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단은 이 중 생존 피해자 8명에 대해 지난해 12월 판결금을 지급했고, 44명에 대해선 순차적으로 배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의 강제징용 노동자상의 모습. 뉴스1
2018년 승소 15명 중 14명 수용

2018년 11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모두 승소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성주 할머니는 당시 휠체어에 앉아 "일본은 사과하고 즉각 배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1
특히 15명 중 14번째로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해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받은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의 유족은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하겠다며 낸 소송도 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은 같은 달 1심에서 승소했으며 판결이 확정되면 추심을 통해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받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었지만, 소송 대신 제3자 변제 해법을 선택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를 대승적으로 풀겠다며 꺼내든 제3자 변제 해법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마음을 돌려 해법을 수용한 피해자들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일본 기업의 참여는 아직도 전무하다. 정부가 교체된 뒤 정책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아사히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제3자 해법과 관련해 "현 상황에서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면서도 "일본 측의 성의있는 호응이 있으면 이 해법의 지속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