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 선거 전 장어·돼지고기 뿌린 의장·부의장, 검찰 넘겨져

경남도의회 의장·부의장이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같은 당 동료 의원에게 장어·돼지고기를 뿌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남도의회 청사. 사진 경남도의회

경남도의회 청사. 사진 경남도의회

의장은 ‘10만원 장어’, 부의장은 ‘6만원 돼지고기’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4일 도의회 최학범(59·김해1) 의장과 박인(64·양산5) 부의장을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제32조(특정행위와 관련한 기부의 제한)상 지방의회 의장·부의장 선거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경찰에 따르면 최 의장은 지난해 도의회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동료 의원 18명에게 장어 세트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장어 가격은 개당 10만원으로 총 180만원 상당이다.

경찰은 최 의장과 공모, 그를 대신해 장어 택배를 보낸 전직 도의원 A씨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당시 장어 택배에는 보낸 사람이 최 의장으로 돼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이 속한 법인 자금으로 장어 구매 비용을 마련하고, 최 의장 명의로 보냈다고 판단했다.

최 의장과 달리 직접 물품을 건넨 박 부의장에게는 형법상 뇌물공여죄를 적용됐다. 박 부의장은 도의원 56명에게 개당 6만원짜리 돼지고기 세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두 합해 336만원 어치다.


경남경찰청. 중앙포토

경남경찰청. 중앙포토

같은 당에만 뿌려…국힘 다수 도의회 “경선 결과=선거 결과”

경찰은 최 의장과 박 부의장이 지난해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표를 기대하고 각각 장어와 돼지고기를 건넨 것으로 의심했다. 특히 최 의장 등이 소속된 국민의힘 동료 의원들 표심을 노렸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최 의장 등이 물품 전달한 의원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도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다. 전체 64명 도의원 중 60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 뽑힌 의장단 후보가 본 선거에서 당선되는 구조다. 실제 최 의장 등이 물품을 건넨 시기도 지난해 5월 말~6월 초로, 후반기 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당내 경선(6월 18일) 전이었다. 국민의힘 의장·부의장 후보로 선출된 둘은 같은 달 26일 치러진 의장단 선거에서 당선됐다.

경찰은 최 의장 등이 보낸 물품을 받은 의원들도 모두 조사했지만, 검찰에 넘기진 않았다. ‘통상적인 선물인 줄 알았다’고 진술하는 등 이들 의원이 선거와 관련한 물품으로 알고 받았는지를 입증하기 어렵고, 개별 금액이 크지 않는 등 기존 판례를 토대로 이같이 판단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최 의장과 박 부의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최 의장은 A씨와 공모하지 않았고, A씨가 장어를 돌리는 데 관여하지도 않았단 입장이다. 박 부의장도 통상적인 선물이었으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정경원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이 지난해 7월 경남경찰청에 '경남도의회 의장단 선거 국민의힘 후보 금품 수수의혹' 관련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정경원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이 지난해 7월 경남경찰청에 '경남도의회 의장단 선거 국민의힘 후보 금품 수수의혹' 관련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