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관세에 美수입 줄취소…항구마다 중국산 화물 산더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두 나라의 항구에 방치된 중국산 화물이 급증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에 도착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과한 145%의 관세를 감당하지 못한 미국 수입업체들이 아예 주문을 취소하고 항구에 방치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통상 수입품은 항구·공항에 도착하면 수입업체가 관세를 지불하고 유통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미국 뉴저지의 한 항구에서 콘테이너를 실은 배가 정박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미국 뉴저지의 한 항구에서 콘테이너를 실은 배가 정박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상하이와 광둥의 항구에도 원래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던 컨테이너가 배에 실리지 못한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시-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의 앨런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수입업체들이 중국산 가구뿐만 아니라 장난감, 의류, 신발, 스포츠 용품 등의 주문을 중단했다”고 CNBC에 말했다.

애플, 휴렛 팩커드(HP)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미국 수출을 중단한 상태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애플의 경우 인도 등으로 주력 생산 거점을 옮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전쟁에 따른 공급망 붕괴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티븐 라마르 미국 의류·신발 협회장은 “관세율이 자꾸 변경돼 항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관세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대체할만한 상품 공급처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지난 3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달 대비 12.4% 증가한 3139억1000만달러(445조5010억 원)로 집계됐다는 깜짝 발표가 14일 나오긴했으나, 트럼프발 관세폭탄 영향이 반영되는 4월부터는 수출액이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명품 시장에도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튀고 있다. 명품 소비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활황기를 맞았다가 이후 침체기에 빠져든 상황이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엔 '관세폭탄'이란 찬물을 맞게 됐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시장 조사업체인 번스타인은 명품 업계의 올해 성장률을 당초 5%로 예상했다가, 최근 들어 -2%로 전망치를 낮췄다. 미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제작한 명품에 최종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관세율이 오락가락하면서 소비자 심리에 타격을 끼쳤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신문에 “내년에나 명품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고가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 인상 이후 고가 주택 매매 계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며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자산가들이 관세 인상에 따른 주식 시장 혼란으로 인해 주택 구매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미국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CBS 방송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5%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단기간에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국가에선 관세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무기 구매를 서두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은 170억 바트(약 7253억원) 규모의 미국산 스트라이커 장갑차 130대와 사이버 보안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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