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8인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모습. 뉴스1
헌법재판소가 법정 이자율을 연 5%, 6%로 정해둔 민법과 상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7년 한 차례 합헌 결정이 있던 민법 제379조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고, 상법과 소송촉진특례법도 같은 맥락에서 합헌이라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김형두 재판관을 제외한 재판관 7인의 의견으로 민법 제379조, 상법 제54조, 소송촉진특례법 3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이 조항들은 법원에서 ‘돈을 갚으라’ 또는 ‘돈을 배상하라’는 채무를 확인하는 판결을 내릴 때, 통상 ‘소송이 제기된 시점부터 판결일까지는 5%, 판결일 이후 연 12%의 지연이자를 부담하라’는 조건을 달 때 적용되는 조항이다.

지난해 연말 서울의 한 은행에 걸린 금리 안내문의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민법 379조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채권의 이자율은 연 5%로 한다’고 정하고, 여기에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3조 1항은 ‘소장이 송달된 다음날부터는 연 40%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따른다’고 정해뒀다.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은 1981년 제정 당시엔 연 25%, 2003년 개정하면서 연 20%가 되었다가 2015년엔 연 15%, 2019년엔 연 12%를 규정해 현재 판결문에 적용되고 있다. 사업으로 생긴 채무를 따질 땐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은 연 6%로 한다’는 상법 제54조가 적용된다.
임대주택을 운영하며 여러 민사소송의 당사자인 청구인 두 곳은 위 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줄지어 제기했다. 시중금리보다 지나치게 높은 고정이율제로 금리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소송촉진특례법도 과도하게 포괄적으로 이율을 정하도록 해 위헌’이라고도 주장했다.
헌재 “5% 과도하지 않다, 소송지연 막는 12%도 적합” 합헌
2025년 헌재도 재판관 7인의 다수의견으로 “채무불이행에 대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기준이 균일할 필요가 있어서 고정 법정이율을 정해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으며, 2017년보다 지금의 금리가 더 높아 과도한 격차라고 볼 수 없다”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 6%’를 규정한 상법 54조도 “상거래는 일반 민사거래보다 자금 수요가 많고 이익이 더 큰 것이 일반적이라 이율을 다소 높게 규정한 것뿐.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송촉진특례법도 “악의적인 채무불이행‧소송지연이 있어, 신속한 채무이행을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다”며 합헌이라고 했다.
다만 김형두 재판관만 현재의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재산권 침해라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결정문에 “시장금리에 맞춰 법정이율 변동제를 해야 채권자와 채무자의 재산권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일정한 주기마다 재검토해 경제 상황에 맞게 조정하도록 하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경제환경의 변화를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