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간 아무 것도 안해야 우승…'경쟁률 35대 1' 이색대회 정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사람들 모여라.’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우승할 수 있는 이색대회인 서울시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다음 달 11일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다. 대회는 올해로 11회째다. 서울시는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에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대회 10주년’을 기념해 참가 규모를 80팀으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도 총 80팀(1팀당 최대 3명 참가)을 선발할 예정이다.

3000팀 접수…인기에 '조기마감' 우려도

참가를 원하는 이는 오는 18일 오전 10시부터 26일 12시(정오)까지 멍때리기 대회 공식 누리집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다만 신청자가 3000팀을 초과하면 접수는 조기 마감되는 만큼 빠르게 접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종 참가자는 28일 오전 10시 공식 누리집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된다. 그에 더해 모든 참가자에게는 개별 통보된다. ‘아무것도안 하는’ 멍때리기 대회이지만, 참가 경쟁률은 나름 치열하다. 지난해 경쟁률은 ‘35대 1’이었다.  

서울시 측은 “참가 선수는 신청 사유를 중점으로 검토하되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직업의 사람들이 어우러지도록 선발할 예정”이라며 “대회 당일 결원이 생길 때는 현장 신청으로 충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 서울시

지난해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 서울시

최종 선발된 참가자는 대회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어떤 행동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대회 시작 전에는멍때리기 대회를 만든 시각 예술가 웁쓰양의 개회 퍼포먼스를 감상한 후 기체조로 간단하게 몸을 푸는 시간을 갖는다.

순위 결정 위해 심박 측정기까지 동원

대회 중 선수들은 말을 할 수 없고 대신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4개의 카드를 제시해 물, 부채질, 마사지 등 총 4가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멍때리기에 실패한 팀은 ‘퇴장 카드’를 받고 전통 무관 복장을 한 심판관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끌려나간다.


대회 우승자는 ‘예술점수(현장 시민투표)’와 ‘기술점수(심박수 측정)’를 종합해 선정된다. 참가자들은 암밴드(arm band)형심박 측정기를 착용하고, 15분마다 측정된 심박수 그래프를 바탕으로 기술점수를 받게 된다. 또 현장에서 시민이 직접 투표해 예술점수를 매기고, 집계된 점수를 바탕으로 상위 10팀을 선정한다. 이 10팀 중 기술점수가 높은 순으로 최종 1, 2, 3등과 특별상 수상자를 결정한다.

올해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 모집 포스터. 사진 서울시

올해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 모집 포스터. 사진 서울시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 심박수 그래프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거나 점진적으로 하향곡선을 나타내는 경우를 우수한 그래프로 평가한다. 그룹 운동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용되는 암밴드형심박 측정기를 활용해 더욱 정확하게 심박수를 측정할 계획이다. 1등에게는 트로피와 상장, 2~3등에게는 상장을 수여한다. 참가선수 전원에게는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인증서를 준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멍때리기 대회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한강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을 비워내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한강공원이 앞으로도 일상 속 즐거움과 마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휴식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트를 지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