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거둔 구독료를 수익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1조원에 가까운 매출에도 법인세를 약 50억원 납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89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763억원(9.27%)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4% 늘어난 174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도 지난해 4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법인의 매출을 합산하면 약 9500억원에 이른다. 이들 두 법인이 낸 법인세는 각각 39억원과 13억원으로 매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넷플릭스 한국 법인이 수익 대부분을 본사로 보내는 구조를 취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7674억원으로, 매출(8997억원)의 85.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7324억원(95.4%)은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로 분류됐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이익잉여금도 본사로 송금하고 있다. 2023년 280억원, 지난해 95억원이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됐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의 세금 부담을 추가로 줄인 셈이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당사의 영업이익은 넷플릭스 그룹의 이전가격 정책에 의거한 정상영업이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러한 방식을 조세 회피로 보고 2021년 넷플릭스에 78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한 뒤 현재 항소 중이다.
조세 회피 문제는 넷플릭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3869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비용을 3513억원으로 잡아 영업이익은 356억원에 그쳤다. 법인세는 173억원이었다. 구글클라우드코리아와 구글페이먼트코리아도 유사한 구조를 보였다.
구글은 국내 수익 대부분을 싱가포르 법인인 구글 아시아퍼시픽으로 귀속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7조837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법인세 825억원을 냈고,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 1조4912억원에 법인세 192억원을 신고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2023년 기준 738억원의 매출에 54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