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조 추경, 산불·통상 '급한 불'부터 끈다…"증액 요구 탄력 대응"

정부가 12조원대 추가경정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산불 피해 복구 예산과 함께 통상 문제 대응 그리고 인공지능(AI) 분야와 소상공인 지원 등 ‘급한 불’ 위주로 담겼다. 기재부는 이번 추경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18일 "이번 필수추경은 산불 피해 등 재해·재난, 통상 및 AI 경쟁력 강화, 민생 회복 및 안정이라는 우리 경제의 시급한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12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시장 모습. 뉴스1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시장 모습. 뉴스1

 
추경 규모는 당초 10조원 수준에서 2조2000억원 늘었다. 김 차관은 "산불 피해 복구 규모가 계속 증가했고 미 상호관세 발표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또, 각계각층에서 규모 확대 필요성을 지속 제기해 관계부처협의 과정에서 효과성 높은 사업을 추가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재해·재난 대응에 3조2000억원, 통상·인공지능(AI) 지원에 4조4000억원, 민생 지원에 4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기재부는 이번 추경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포인트로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경기에 대응하기에 부족한 규모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목적이 재해·재난과 관세, 첨단산업 지원에 집중했기 때문에 순수하게 경기 대응만을 위한 목적은 아니다.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대응추경'이 아니라 '필수추경' 임을 강조한 것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신속한 산불 피해복구를 위해 재해대책비가 9000억원으로, 기존 약 5000억원에서 약 2배로 늘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해∙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산림 헬기(6대), AI 감시카메라(30대), 드론(45대), 다목적 산불 진화차(48대) 등 첨단장비 도입에도 1조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산불진화대와 특수진화대 위험수당도 신설된다.

통상전쟁 대응도 강화한다. 관세 피해기업 등에 정책자금 25조4000억원을 새로 공급하고, 수출 바우처 지원 규모를 2배로 늘린다. 통상 위기로 인한 고용 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만큼, 고용유지지원금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인원도 확대한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프라 투자 방안도 담았다. 우선 AI 분야에만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을 확보하고, 한국형 AI 모델 개발을 위해 최정예팀에 GPU 2000대를 임대해주는 등 집중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가동하기로 했다. AI 인재 육성에도 615억원이 편성됐다. 

민생지원 부문에서는 소상공인이 공공요금과 보험료 납부에 쓸 수 있게 연 50만원씩 크레딧을 지원한다. 다양한 소비촉진책도 새롭게 마련됐다. 연매출 30억 이하 사업자에게 사용한 카드소비액 증가분의 20%에 대해서 30만 원까지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준다. 공공배달앱을 이용해 2만원 이상 3번 주문시 1만원 할인해주는 정책도 실시된다.

최근 5년 간 추경 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최근 5년 간 추경 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더 큰 규모의 추경을 하지 못하는 데는 '재정 부담' 이유도 크다. 이번 추경 재원은 세계잉여금·기금여유재원 등을 활용해 4조1000억을 마련했다. 나머지 8조1000억원은 적자성 국채를 발행을 해야 한다. 이번 추경 편성으로 국가 총지출은 68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한다.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당초 GDP 대비 -2.8%에서 -3.2%로, 목표치(-3%)를 곧바로 넘게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8.1%에서 48.4%로 오른다.

그럼에도 국회에서는 증액요구가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체 추경안 35조원을 내놨고, 마지노선을 15조원으로 정한 모습이다. 정부는 다음 주 초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 차관은 "빨리 시급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추경의 목적과 부합한다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추가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