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오가는 열차·교량 속속 마련…푸틴 '반대급부' 기반 되나

북한과 러시아가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나선을 오가는 새 여객열차의 운행을 다음 달 초부터 시작하고, 양국을 잇는 자동차 교량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군 파병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급부 제공을 위한 기반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 및 해군 기지를 방문했을 당시 전용 열차를 타고 크네비치 군용 비행장에 도착한 모습.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 및 해군 기지를 방문했을 당시 전용 열차를 타고 크네비치 군용 비행장에 도착한 모습. 노동신문=뉴스1

"열차로 북한 내 기념비 방문 가능" 

1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해주 당국은 여객열차 운행을 예고하면서 "러시아 관광객은 전승절(5월 9일)을 하루 앞두고 1945년 북한 해방 당시 일본군에 목숨을 잃은 소련 군인들의 기념비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며 "새 국제 관광 열차 운행은 연해주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을 앞두고 양국 간 우호 분위기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띄우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러시아 주재 북한 전문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나선을 오가는 열차가 5월 8일을 시작으로 7월, 8월, 10월 등 4차례 운행된다고 공지했다. 러시아의 전승절뿐 아니라 북한이 기념하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하루 앞둔 7월 26일 등 주요 계기와 맞물려 운행될 예정이다. 북한은 최근 6년 만에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를 재개하는 등 서방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국경을 완전히 여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어 이번 여객열차는 김정은의 숙원사업인 관광업 활성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러 국경인 두만강에서는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자동차 교량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비욘드 패럴렐'(Beyond Parallel)은 지난 2∼3월 해당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러시아 측 다리 건설 현장에 나무 등이 제거되고 토지 정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 측에서도 시설물이 새로 추가됐다"며 "두만강 위로 인력과 장비를 나르려는 임시 교량도 설치됐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여객열차 운행이 재개되고 교량 건설까지 마무리되면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제공하고 병력 1만 4000여 명을 보낸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반대급부를 본격적으로 챙길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북한군, 본토 투입 가능성"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은 '신속한 종결'을 장담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상과 달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 화답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고강도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된 북한군. 젤렌스키 엑스(X) 캡처

지난 1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된 북한군. 젤렌스키 엑스(X) 캡처

이런 가운데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본토 진입을 준비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1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북한군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로 북한군을 보낸 뒤 "헌법에 따른 러시아 땅에 군대를 보냈을 뿐이다"라고 주장할 거라는 게 코발렌코 센터장의 관측이다.

그간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 일대에 한정해서 작전을 벌였다.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연합해 이 지역에 화력을 집중한 결과 최근 수복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다음 임무로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본토에 투입할 가능성이 우크라이나 측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역시 더 큰 보상을 기대하며 전쟁에 한층 깊숙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국방부는 최근 발표에서 지난달 기준 북한군 사상자가 5000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3분의 1이 사망했을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