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해운사, 中선박 쓰면 10월부터 수수료"…中에 또 철퇴

2019년 중국 상하이 창싱섬에 있는 '장난창싱조선소'에서 2만3122 TEU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컨테이너선 '자크 사드' 호가 건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중국 상하이 창싱섬에 있는 '장난창싱조선소'에서 2만3122 TEU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컨테이너선 '자크 사드' 호가 건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조선·해운산업에 철퇴를 가하기로 했다. 올해 10월부터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 등은 미국에 입항 수수료를 물도록 하면서다.   

17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 단계적으로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부과 시점은 180일 뒤인 10월 14일부터다.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은 t당 50달러(약 7만원)의 입항 수수료를 내야한다. 입항 수수료는 매년 올라가다가 2028년에는 t당 140달러(약 20만원)가 될 예정이다.

이외 국가가 운용하는 중국산 선박의 경우엔 t당 18달러(약 2만6000원)를 낸다. 이 수수료 역시 매년 증가해 2028년에는 t당 33달러(약 4만7000원)가 된다.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낼 수도 있는데, 컨테이너 1개당 120달러(약 17만원)를 내야하고 2028년엔 이 수수료가 250달러(약 35만5000원)가 된다.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역시 CEU(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약 21만3000원)를 낸다. 이 경우 단계적 인상 계획은 없다.


수수료는 중복 부과하진 않는다. 세 가지 중 한 종류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또 중국 해운사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해운사가 미국산 선박을 주문해 인도받는 경우, 미국산 선박보다 작거나 규모가 같은 외국산 선박에 대해선 수수료를 최대 3년 유예받을 수 있다.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USTR은 이같은 조치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미국 공급망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며, 미국산 선박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선박 중 3분의 1 이상(t수 기준)이 중국에서 건조됐고, 앞으로 3년 내에 인도되거나 건조 중인 선박의 57%도 중국산이다. 또 신규 발주량으로 따지면 4분의 3 이상이 중국 조선소에 발주됐다고 한다.

USTR은 또 3년 뒤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했다. LNG 운반선의 미국 내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2028년 4월 17일부터 전체 LNG 수출 물량의 1%를 미국산 LNG선으로 운송해야 한다. 또 2047년까지 15%로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중국산 항만용(Ship To Shore·STS) 크레인에 100% 추가 관세를, 중국산 컨테이너에 20∼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USTR은 검토 중이다.

USTR의 조치로 한국 조선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입항 수수료 부담을 고려해 한국산 선박 주문이 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업체가 미국 조선소에 투자한 만큼, 미국산 선박 생산에도 유리한 상황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전 세계 해운 비용을 증가시키고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을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키고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이익을 해쳐 결국 미국 조선업을 활성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즉시 잘못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은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제 옥포만에 위치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모습. 이수정 기자

거제 옥포만에 위치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모습. 이수정 기자

북한 노동자 착취하는 중국 원양어선도 규제  

USTR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의 수산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의 ‘불공정 관행’과 비관세 장벽 등에 대응할 전략도 마련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해질 전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관련 행정명령에 따르면 주요 수산물 생산국들의 불법·미신고·미규제(IUU) 조업, 해산물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 활용 등 무역 관행을 검토하게 된다. 강제노동 관행 검토는 북한 노동자들을 부리는 중국 원양어선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2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환경정의재단(EJF)은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원양어선에 파견돼 노예 노동에 가까운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어업과 양식업, 어류 가공업에 과도하게 부담을 주는 규제를 중단하거나 개정 또는 취소하고, 미국의 해상 국가기념물 주변 등에 내려진 조업 제한에 대해서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후티반군에 중국 위성기업이 지원" 

한편 미국은 이날 홍해에서 미 해군 함정을 공격하는 예멘 후티반군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욘해 "중국의 창광위성이 후티반군에 미군 함정과 다국적 상선을 표적으로 삼는 데 필요한 위성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 정부에 비공개로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중국 정부가 창광위성을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후티반군 같은 외국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그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유럽 명품 기업에도 미국의 관세폭탄 불똥이 튀고 있다.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유럽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랑스의 명품 기업 에르메스는 다음달 1일부터 미국에서 제품 가격을 10% 정도 올릴 예정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분 만큼 인상하는 것으로, 일단 다른 국가에선 인상 계획이 없다고 에르메스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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