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가 에너지시장 판도까지 뒤바꿀 조짐이다. 중국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10주 넘게 중단된 가운데 러시아산 LNG 수입 논의가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텍사스주에서 출발한 6만9000t 규모의 LNG 운반선이 지난 2월 6일 중국 푸젠성에 도착한 이후 중국에서 추가적인 미국산 LNG 수입이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은 나흘 뒤인 2월 10일부터 미국산 LNG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FT는 선박 위치 추적 시스템 분석을 바탕으로 “2월 10일 이후 중국으로 향하던 미 LNG 선박은 방글라데시로 경로를 변경했다”고 전했다. 이후 미국산 LNG 수입에 대한 관세는 49%까지 인상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중국은 미국산 LNG 수입을 1년 넘게 중단한 바 있다. FT는 “이번 사태는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미국산 대신 러시아산 LNG 수입을 늘리려 하고 있어서다. 중국에서 미국산 LNG 수입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023년 중국에서 소비되는 LNG의 6%가 미국에서 수입됐는데, 이는 2021년 최고치인 11%에서 줄어든 수치다.

반면 러시아는 호주와 카타르에 이어 중국의 세 번째 LNG 수입국에 올라와 있다. 중국은 러시아 민영 최대 에너지기업인 노바텍이 운영하는 '야말 LNG' 등 북극 LNG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해 수입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양국은 또 새로운 대규모 가스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건설과 관련해 가격과 공급량 등을 두고 협상 중이다. 장한후이 주러시아 중국대사는 “많은 바이어들이 러시아 공급자와 연결해달라며 대사관에 요청하고 있다. 앞으로 러시아산 LNG 수입이 늘어날 게 확실하다”고 FT에 말했다.

앞서 미·중 양국이 보복 관세에 맞보복 관세를 주고 받으며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 미국의 대중 누적 관세율은 145%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공급망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중국이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를 모색하려는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애플 아이폰의 올해 1분기 중국 시장 출하량은 98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애플만 중국 시장 출하량이 감소했다.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 17.4%에서 13.7%로 하락했다. 7개 분기 연속 감소다.

한편 미국 희토류 업체가 중국 수출을 중단하는 사례가 나왔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MP머티리얼스는 중국에 대한 희토류 판매를 이날부터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1980년대만 해도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패스 광산이 세계 최대의 희토류 광산이었으나, 현재는 중국이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국이다. MP머티리얼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귀중한 중요 물자를 125% 관세 하에서 판매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합리적이지도 않고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도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