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2차 핵협상 종료…양측 모두 "좋은 진전 있었다"

스티브 위트코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중동담당 특사(왼쪽)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스티브 위트코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중동담당 특사(왼쪽)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미국와 이란이 2차 핵 협상에서 "좋은 진전이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양측은 이번 주 중 핵 협상의 틀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협상 대표단이 이탈리아 로마의 오만대사관에서 약 4시간의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미국 대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담당 특사가, 이란에선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직·간접적인 논의에서 매우 좋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아락치 장관도 국영 IRIB 방송에서 "이번 회담은 유익했으며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원칙과 목표에 있어 더 나은 이해에 도달하는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1차 협상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중재국인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직접 대화가 오갔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관계자를 인용해 "회담은 미국과 이란 측이 각자 다른 방에서 오만 당국자를 중재자 삼아 간접 논의로 시작했으나 아락치 장관과 위트코프 특사 사이의 직접 대화가 45분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오는 23일부터 오만에서 전문가급 기술 논의를 거쳐 26일 후속 고위급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저장량 낮출 것" vs "전면 중단해야" 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두 차례 회담 후 긍정적인 평가가 오갔지만, 양측의 '레드라인(넘을 수 없는 선)'이 대립하며 긴장감이 남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의 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를 해체하고 농축을 전면 중단하거나 농축 우라늄 저장량을 2015년 합의 수준 밑으로 줄이는 것은 동의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뒀다"고 전했다. 앞서 위트코프 특사도 이란의 핵무기 방지가 트럼프 행정부의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핵 협상 목표를 두고 혼선도 있었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14일 이란에 우라늄 저농축을 허용할 것처럼 말했다가 다음날 핵농축 및 무기화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번복했다. CNN은 "외교무대 경험이 없는 위트코프 특사가 이란 핵 협상과 같은 역사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협상에 나선 것에 회의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WSJ은 이란이 미국의 핵 합의 백지화 재발 방지에 대한 보장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합의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기인 지난 2018년 이를 파기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고 우라늄 농축도를 준무기급인 60%까지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이란에 '2개월 시한'을 제시하는 서한을 보내며 10년 만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수 없다"며 "이란은 핵무기라는 생각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이란은 제재를 완화하면 자국 핵 프로그램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BBC는 "이란 지도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시위의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