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성인 여성 중 5명 중 1명이 연인·배우자 등으로부터 성적·신체적 폭력이나 스토킹 등 ‘여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40%가 일상생활에서 여성폭력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4일 제1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11월 만 19세 이상 전국 성인 여성 7027명을 대상으로 가구 방문을 통한 대면 설문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직전 조사인 2021년의 폭력 피해 경험 항목인 신체적·성적(性的)·정서적·경제적 폭력·통제 등 5개 유형에 스토킹을 추가했다. 또 ‘지난 1년간 친밀한 파트너 폭력 및 교제폭력의 경험’을 신규문항으로 마련했다.
조사 결과, 평생 한 번 이상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6.1%였다. 2021년과 동일한 기준(스토킹 제외)으로 산출된 비율은 35.8%로, 그해 대비 0.9%p 늘었다.
지난 1년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7.6%로, 2021년보다 1.4%p 늘었다.
이에 대해 조용수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지난해 교제폭력이나 딥페이크(Deepfake·허위 영상물) 성범죄 등이 발생하며 폭력에 대한 민감성 부분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했다.
평생 1번 이상 경험한 폭력 피해 유형(중복 응답)은 성적(53.9%), 정서적(49.3%), 신체적(43.8%), 통제(14.3%), 경제적(6.9%), 스토킹(4.9%) 순이었다. 절반 이상이 성적 폭력을 당한 셈이다.
지난 1년간 피해 경험으로 봐도 성적(52.4%), 정서적(44.4%), 신체적(16.2%), 통제(11.8%), 경제적 폭력(2.6%), 스토킹(2.4%) 순으로 집계됐다.
피해 당시 나이를 살펴보면 성적 폭력의 경우 20대가 44.4%로 가장 많았고 30대(20.6%), 10대(18.9%) 순이었다. 80% 이상이 40대 이전에 발생했다.
다만 스토킹은 다른 유형에 비해 20대의 피해 경험률(63.0%)이 높았다.
가해자를 유형별로는 ‘당시 배우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신체적 폭력의 경우 47%, 정서적 폭력의 44%, 경제적 폭력의 70.4%, 통제의 54.3% 등이 당시 배우자가 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폭력의 경우는 가해자 중 25.2%가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가장 많았다. 스토킹은 ‘헤어진 사람’이 29.4%로 가장 많았다.
특히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평생 1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19.4%에 달했다. 2021년 기준으로 산출했을 때는 19.2%로, 2021년(16.1%)보다 3.1%p 늘었다. 지난 1년간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3.5%였다.
친밀한 파트너란 당시 배우자, 피해 이전 헤어진 배우자, 피해 당시 사귀고 있던 사람, 과거 사귀었으나 피해 시점에선 헤어졌던 사람, 소개팅 또는 맞선으로 만난 사람 등이다.
친밀한 파트너 폭력 피해유형은 정서적(56.7%), 신체적(54.1%), 성적(32.7%), 통제(23.2%), 경제적 폭력(10.6%), 스토킹(6.8%) 순이었다.
피해 당시 사귀던 사람이나, 과거에 사귀었지만 피해 시점에서 헤어진 사람으로부터 평생 1번 이상 교제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6.7%였다. 2021년 기준으로는 6.4%로, 당시(5.0%)보다 1.4%p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성적 폭력이 48.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간을 지난 1년으로 놓고 봐도 성적 폭력이 46%로 가장 높았다.
특히 20대(10.8%)와 30대(10.1%)의 교제폭력 경험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여성폭력 피해 경험자 중 32.2%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2차 피해는 ‘피해에 대한 사소화’(40.3%)였다. 이어 ‘가해자와의 합의 및 화해·용서 권유 또는 종용’(18.3%), ‘타인에게 피해사실 발설’(17.7%) 순으로 많았다.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정책수요도 조사됐다.
여성 51.6%는 ‘현재 우리 사회가 여성폭력 피해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고 안전하다고 답한 비율은 20.9%에 그쳤다. 다만 2021년과 비교해 ‘안전하지 않다’는 6.2%p 줄고, ‘안전하다’는 4.6%p 늘었다.
특히 20대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58.6%로 가장 높게 나타나 연령대가 낮을수록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상생활에서 여성폭력 피해를 입을까봐 느끼는 두려움’과 관련해선 두렵다는 응답이 40%로 나타났다. 2021년보다 3.6%p 증가했다. 여기서도 20대 62.5%로 가장 높았다. ‘두렵지 않다’는 25.2%였다.
조 국장은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은 줄고, 일상 속 두려움은 커진 조사 결과에 대해 “스토킹처벌법과 스토킹방지법 등 신종 범죄에 대한 법·제도가 마련돼 사회 안전성에 대한 체감이 높아진 것”이라며 “동시에 교제폭력이나 딥페이크 사태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두려움도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성폭력 문제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아동·청소년기부터 이뤄지는 폭력예방교육’(35.6%)이 1순위로 꼽혔다.
피해자 보호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피해자 지원 서비스 확대(심리적·법률 지원)’(42.0%)였다.
가해자 처벌 측면에서는 60.3%가 ‘실질적인 처벌(보호처분·감형 지양)’을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여성폭력 방지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1366(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