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23일 열린 경영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역사를 만드는 건 결국 도전이다. 시작해보겠다는 그 의지가 중요하다.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이니 많이 도전하기 바란다.”
나라에 필요한 기업인이 되고 싶다는 젊은이를 향해 아흔이 넘은 선배 경영자는 도전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했다. 지난 23일 열린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91)의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다.
김 명예회장이 지난 16일 펴낸 경영 에세이『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에는 ‘도전과 모험을 앞둔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달렸다. 국내 최초 원양어선 실습 항해사로 출발해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창업하기까지 도전과 성공, 실패와 극복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늦은 오후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에서 열린 강연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일반 독자와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 임직원 등 약 150명이 참석해 김 회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삶을 바꾼 선택의 순간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23일 열린 경영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동원그룹
김 명예회장은 1969년 낡은 어선 두 척으로 창업에 뛰어든 산업화 1세대다. 과거 남태평양 망망대해에서 동생에게 써내려간 그의 편지글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실려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김 명예회장은 “이 땅의 많은 젊은이에게 도전을 권하고 싶어서 새롭게 책을 쓰게 됐다”며 자신의 길고 긴 도전의 역사를 소개했다.
그가 꼽은 인생의 최대 조력자는 바다에서 길을 찾으라고 조언한 고교 은사, 그리고 월급쟁이 시절 창업을 적극 지원한 일본인 사업가였다. 고민 끝에 도전한 ‘뱃놈’의 길에서 미래를 발견했다는 김 명예회장은 “끊임 없는 노력으로 주위보다 뛰어난 실력과 기술을 갖춘다면, 환경은 발전에 아무 제약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16일 출간한 경영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표지. 사진 동원그룹
엉뚱한 상상과 도전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23일 열린 경영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동원그룹
김 명예회장은 “실패하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한 일이 많다”며 카메라 사업, 전자제품 사업 등에 도전했다가 큰 손해를 입고 중단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그는 “내 도전이 매번 성공하진 못했어도 실패를 통해 배우고 있다”며 끝없는 도전을 강조했다. 다만 “본질(회사의 본업)을 위협하는 도전은 하지 말라”며 “새로운 것을 쥐려면 손에 있는 것을 빨리 놔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년이란 한때가 아니라 꿈을 꿀 때’라는 말을 인용하며 “꿈을 꾸는 동안에는 영원히 청년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어류가 싫어하는 저주파를 활용한 양어장을 구상하는 등 아직도 황당한 상상을 자주 한다”며 “아직도 엉뚱한 꿈을 꾸는 걸 보니 날 청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리더는 솔선수범해야”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23일 경영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 강연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동원그룹
후배 경영인인 두 아들에게는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지도자는 솔선수범하고 존경받아야 한다. 희생 없이는 존경받지 못한다”며 “과거처럼 권위를 앞세워서는 안 되고 가장 말단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애환을 직접 겪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기업인들에게는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이 럭비공처럼 빨라 예측이 어렵다고들 한다”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빠르게 적응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국가적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난 2020년 KAIST에 국내 AI 인재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사재 5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 명예회장은 “AI의 세상이 오고 있다. 이미 중국은 수천 명의 AI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며 “국내 수도권 AI 인재를 대거 유치할 수 있도록 ‘KAIST 성남 AI 교육연구시설’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