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분기 연속 적자' 삼성SDI "2분기 개선 기대"…트럼프 불확실성은 여전

삼성SDI 기흥사업장 본사 전경. 사진 삼성SDI

삼성SDI 기흥사업장 본사 전경. 사진 삼성SDI

배터리 업체 삼성SDI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여파로 1분기에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2분기엔 전방 수요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25일 삼성SDI는 연결 기준 올 1분기 영업손실이 434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3187억원 영업손실)보다 적자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4분기(2567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이기도 하다. 매출은 전년 대비 34% 감소한 3조1768억원으로 나타났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특히 1분기 영업손실분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지급된 생산세액공제(AMPC) 1094억원이 포함됐다. AMPC 수혜 규모는 직전 분기(249억원)보다 845억원 늘었다. 이를 제외한 적자 규모는 5000억원대에 이른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전기차와 전동공구용 배터리 등 주요 고객의 재고 조정,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 진입 영향 등이 꼽힌다. 배터리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34.9% 감소한 2조9809억원, 영업손실은 452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뿐만 아니라 한국 배터리 업계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오는 30일 실적을 발표하는 SK온(SK이노베이션)도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9.2% 증가한 3747억원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냈지만, AMPC를 제외하면 803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삼성SDI는 1분기 저점을 찍고 향후 실적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환경 규제와 전기차 지원 정책이 시행되는 유럽을 중심으로 수요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수요 변화에 맞춰 주요 고객들과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리튬인산철(LFP), 46파이(지름 46㎜) 배터리 등 신규 프로젝트 논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수주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미국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전기차와 ESS용 배터리 수요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2분기엔 전방 수요의 점진적 회복으로 실적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국내 배터리 업체에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국판 IRA’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ATL·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시설 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 지원은 있지만,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인 만큼 적자 기업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