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알린 '술 타기' 처벌 가능해졌지만…예방책 필요한 까닭

가수 김호중씨가 지난해 5월 24일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김호중씨가 지난해 5월 24일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알려진 이른바 ‘술 타기’ 수법에 대한 처벌이 오는 6월부터 가능해진다. ‘김호중 방지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술 타기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이후 술을 더 마셔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어렵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술 타기 수법으로 경찰의 음주 측정을 방해하면 1년 이상~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원~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술 타기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을 피하기 위한 대표적인 ‘꼼수’로 악용돼 왔다. 김호중씨의 경우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하고, 반대편 도로에 있는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혐의(위험운전치상·사고후미조치)로 구속기소돼 25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수사기관은 김씨에 대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는 데 있어 난항을 겪었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이 이뤄지려면 사고 시점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해야 하는데, 김씨가 사고 직후 음주 측정을 하지 않고 도주한 뒤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에 대해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술 타기로 처벌을 피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19년 7월 화물차 운전기사 A씨는 전북 소재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현장에서 벗어나 근처 수퍼에서 술을 사 마셨다. 수사기관은 현장에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에서 ‘후행음주’로 인한 수치를 제외한 뒤 A씨를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의 심리를 거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처벌 수치(0.03%)에 미달하는 수치만 인정됐다. 결국 A씨에 대해선 2023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해 4월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인근에서 경찰이 고속도로 음주운전 및 과태료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인근에서 경찰이 고속도로 음주운전 및 과태료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해 9월 대구 수성구에서 술을 마시고 약 2.4㎞ 구간을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60대 남성 B씨는 ‘주차한 뒤에 차 안에서 소주 1병을 모두 마셨다’는 취지로 재판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법원은 혐의를 인정할 구체적인 증거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B씨에 대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에 따라 후행음주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긴 했지만, 음주운전 자체를 줄이기 위해선 보다 실효성 있는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벌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음주운전 행위 자체를 적극적으로 예방·적발하기 위한 방안이 병행돼야 한단 취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현재도 음주운전 단속이 진행되고 있지만, 인력·예산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단속 빈도를 높이는 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라며 “보다 효율적인 단속을 위해 도로에 깔려 있는 폐쇄회로(CC)TV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운전을 이상하게 할 경우 경찰에 알림이 가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또 “음주운전 신고 포상제를 적극 강화해서 시민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술 타기 수법이 대중에게 알려진 상황이니만큼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세워졌다는 건 의미가 있다”라면서도 “개정안에 따른 형량이 비교적 낮아 보이는 만큼 후행음주 행위에 대해서도 음주운전에 준하는 강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