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그립다"→"이젠 꿀잠"…침대 사용법 알게 된 덕분

윤제연의 즐거운 건강

분주하고 고단한 하루를 보낸 후, 우리는 숙면을 통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잠들려고 누워도 잠 못 이루는 날들이 있다. 한밤중에 몇 차례씩 잠이 깨 뒤척이다 보면, ‘이렇게 잠을 못 자면 내일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걱정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새벽녘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난 후 다시 잠들지 못하고 눈만 감은 채로 누워서, ‘지금 일어나면 낮에 너무 피곤할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지속하는 수면의 어려움(수면 부전)의 조절을 위해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사항 중 첫 번째는, 자신의 수면 상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잠이 드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중간에 자주 깨거나 한번 잠을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지는 않은가, 새벽에 일찍 잠이 깨는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치 밤새 눈만 감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와 같은 사항이다. 또한 자신의 수면을 관찰할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면, 수면에 대한 본인의 만족도와 가족·지인의 관찰소견에 차이가 있는지(예컨대 본인은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기억하지만, 가족이 관찰했을 때는 밤새 푹 자는 것처럼 보였다든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우선 얕은 잠 등 수면 상태 구체적 파악
두 번째는 수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코골이·통증, 우울 및 불안 등의 의학적 동반 질환/증상의 여부를 확인하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치료약물이나 기호식품의 종류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항을 사전에 확인하여 전문가와의 상담 및 진료 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지속하는 수면 부전의 감별진단과 효과적인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세 번째는 현재 나의 생활패턴 중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점검, 보다 양호한 수면위생을 위해 보완할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꿀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생활패턴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수면 만족도 향상을 위한 팁은 이렇다.

1 밤에 잘 때만 눕는 것이 좋다. 잠자리는 ‘잠만 자는 곳’임을 잊지 않는다. 낮에 누워있지 않고, 저녁에 TV 시청할 때에도 눕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피곤할 경우에는 하루 중 30분 이내로 눕거나 낮잠을 잘 수는 있다. 잠자리에 누워서 책 읽기, TV 보기, 음식 먹기 등을 하지 않는다.


2 불면이 발생하기 이전의 수면시간을 기준으로 규칙적인 입면-기상시각을 유지한다. 자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일찍 잠자리에 눕거나 초저녁부터 수면제를 복용하고 누워서 잠을 기다리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평일은 물론 주말과 휴일에도,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각에 기상하는 것이 좋다.

3  아침 기상 후 30분 이내에 햇볕을 쬐고, 매일 적당량의 운동을 지속한다. 늦은 저녁의 운동은 경우에 따라 몸을 각성시켜 수면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저녁 운동 후 노곤함이 증가하여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경험하면 저녁 운동을 유지하고, 저녁 운동 후 오히려 각성하여 눈이 말똥말똥해진다면, 오전에 운동하는 것이 적절하다.

4  잘 때 시계는 멀리 두고 너무 배부르지 않게, 분위기는 편안하게 한다. 잠이 안 올 때나 자다가 깨어났을 때 시계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자는 환경은 심한 소음을 피해서, 눈에 자극이 덜 되는 간접조명을 이용해서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은 온도로 조성하면 도움이 된다.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더운물에 목욕하거나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소량 마시면 체온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너무 배가 고프면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소량 섭취할 수 있는데, 정제탄수화물·설탕, 기름진 음식은 추천하지 않는다. 자기 전 너무 많이 먹거나 마시지 않도록 한다.

5 술은 멀리하고 지나친 흡연과 카페인 사용도 주의한다. 잠을 이루기 위해 술의 도움을 받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술은 일시적으로 잠을 빠르게 들게 할 수는 있으나 중간에 잠이 자주 깨도록 만들 수 있다. 또한 알코올 사용 중단 이후 불면이 지속하여 다시 술을 찾게 되는 빌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커피·홍차·콜라·초콜릿 등 카페인을 함유한 음식을 오후 늦은 시간이나 저녁에 섭취하면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수면제 사용은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와 처방 권고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6 잠이 들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도록 한다. 잠이 오지 않고 오히려 긴장될 때에는 너무 환하지 않은 조명을 켜고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7 상단의 수면위생 안내사항을 너무 철저히 지키려고 애쓰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실 필요는 없다. 수면 부전이 지속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 및 진료를 통한 개인맞춤형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코골이·우울증 등 질환 확인도 필요
수면의 어려움(수면 부전)은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일시적인 수면 부전은 보통 명백한 스트레스가 동반되어 나타나고 이러한 스트레스가 해소된 후에는 함께 소실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별다른 환경변화/스트레스가 없거나 혹은 스트레스가 해소된 다음에도 수면 부전이 지속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 및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 수면의 어려움이 생활스트레스 및/또는 기분 부전 등의 영향 속에서 지속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잠만 잘 자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퇴근 후 혼술 한 잔으로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잠을 유도하는 등 ‘수면 부전이라는 알람 신호’를 빨리 끄려고만 하면 지친 몸과 마음을 제대로 돌보기 어려우며 동시에 하루하루의 삶이 재미가 없고 버겁다는 느낌이 더욱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와 공공진료센터 일마음건강클리닉(직원상담)을 담당하며 서울의대 연건학생지원센터 센터장도 겸한다. 『행복한 직장의 조건』 『심리도식치료의 실제』 등의 공동역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