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지법.수원고법 전경. 연합뉴스
의사가 약물 처방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병원 관계자와 환자 등에게 신문지에 싼 흉기를 내보인 50대에 대해 항소심이 1심 판결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김희석)는 A씨의 특수협박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2월 15일 정오쯤 경기도 한 정신과의원에서 신문지로 말아 놓은 흉기를 대기실 선반 위에 두고 간호사 B씨와 환자들에게 "여기에 들어 있는 게 뭔지 아나. 흉기다.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말하며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흉기를 소지한 채 내원해 진료를 받았으며, 약물 처방을 거절당하자 화가 나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피해자에게 신문지에 쌓인 흉기를 보여준 사실, 혼잣말로 '교도소에도 다녀왔다'라는 등 중얼거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있고 협박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유죄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협박할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 상태나 삶에 대한 넋두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나 병원 관계자가 피고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 증거로는 피해자 B씨의 진술이 유일하다"면서 "피해자는 원심(1심) 법정에서 '지금 봐서 협박을 가하거나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혼잣말을 해 피해자와 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의 원심법정 진술 및 사건 전후 정황 등에 비춰 보면 협박죄 성립에 요구되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원심 파기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