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둥로지스틱스 인천 물류창고. 사진 징둥닷컴
‘역대 최강’ 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소비자 지갑을 노린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이커머스 업체 징둥닷컴(JD.com)이 최근 인천과 경기도 이천에서 물류센터를 개설하며 국내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징둥닷컴은 국내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 테무를 운영하는 핀둬둬와 함께 중국 3대 이커머스로 꼽힌다. 직매입·정품보장·하루배송(익일배송)을 앞세워 현재 중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자리를 꿰찼다. 징둥닷컴이 국내에 상륙할 경우 알리·테무와 차별화된 강점을 앞세워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인천·이천서 물류센터 개시

중국 베이징에 있는 징둥닷컴 본사. 사진 징둥닷컴
28일 징둥닷컴의 물류 계열사 징둥로지스틱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4일부터 인천·이천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글로벌 판매자들을 위한 풀필먼트(통합 물류) 서비스를 출범했다. 현재 미국의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와 국내 뷰티 기업, 펫커머스 기업의 물류 업무를 맡았으며,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1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징둥 측은 설명했다.
C커머스 업체가 한국에서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징둥은 앞서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할 때도 물류 기반을 먼저 구축한 후 이커머스 사업을 전개했다. 국내 물류 사업 역시 이커머스 진출을 위한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과 닮은 ‘중국의 아마존’

징둥로지스틱스의 물류차량. 사진 징둥닷컴
1998년 문을 연 징둥닷컴은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의 작은 전자 도매상으로 출발했다. 창업자 류창둥(劉强東)은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馬雲)과 함께 정보기술(IT)로 온·오프라인 유통 경계를 허무는 중국 ‘신(新)유통’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한국의 아마존’ 쿠팡보다 12년 먼저 창업한 징둥닷컴은 수식어처럼 기술과 성장 전략도 닮은 꼴이다. 중국 플랫폼이지만 2014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고, 지난해 경제매거진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7위에 올랐다(쿠팡은 미국 500대 기업 중 168위). 지난해 매출은 1조1588억위안(약 228조 7700억원)으로 쿠팡(41조2901억원)의 5배 수준이다.
알리·테무보다 강력한 이유

징둥닷컴의 자율주행 배송차량. 사진 징둥닷컴
징둥닷컴이 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할 경우 먼저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C커머스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도 이들 업체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① 신뢰의 차이: 알리바바보다 늦은 후발 주자였던 징둥닷컴은 가품(짝퉁)이 많은 중국 유통업계에서 파격적인 정품 보장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모든 제품의 가품 여부를 직접 검수하고 있으며, 가짜 제품이 발견될 경우 판매가의 10배를 보상한다고 했다. 이는 징둥닷컴이 아마존, 쿠팡과 같은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되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징둥닷컴이 국내에서도 C커머스의 고질적인 짝퉁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② 남다른 배송: 배송 속도 역시 징둥닷컴의 강점이다. 넓은 중국 대륙에서도 거점 지역마다 물류창고를 촘촘히 구축하고 하루 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오전에 주문한 제품은 당일에, 오후부터 자정 전까지 주문한 상품은 다음날 배송된다.
이게 가능케 한 건 IT 기술이다. 징둥닷컴에 따르면 회사는 지역별 빅데이터를 분석해 물류센터별 예상 주문 상품을 미리 구비하는 방식으로 배송 속도를 높였다. 덕분에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솽스이’(광군제) 기간에도 하루 배송이 가능했다. 또 산간 오지에서는 드론으로, 교통이 혼잡한 도심에서는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해 배송 효율을 높였다.

징둥닷컴의 중국 장쑤성 쿤산 지능형물류센터에서 로봇팔이 배송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 징둥닷컴
③ 주력 품목 차별화: 정품 보장을 앞세운 징둥닷컴은 가품이 많은 중국에서 고가의 전기·가전제품 판매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신선식품과 공산품을 앞세운 알리바바·핀둬둬와 다른 점이다. 신뢰가 중요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유효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 대형마트와 코스트코, 홈쇼핑 등에서는 TCL의 TV, 로보락의 로봇청소기, 샤오미의 공기청정기 등 중국 기업의 생활가전 제품이 인기리에 유통되고 있다. 징둥닷컴이 중국 전자제품을 더 저렴하게 유통하며 국내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내 이커머스 위협할까

징둥닷컴 인도네시아 드론배송. 사진 징둥닷컴
현재 중국 기업들은 내수 절벽에 막혀 글로벌 시장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정책으로 중국산 제품에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일찍부터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징둥닷컴은 2015년부터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향하며 드론 배송, 하루 배송을 시작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지난 2023년에 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커머스가 발달한 한국 시장은 징둥닷컴에 매력적일 수 있다. 이미 징둥닷컴은 2018년부터 한국 법인을 설립해 역직구 셀러를 관리해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이미 로보락 로봇청소기 등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제품력으로 극복한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며 신뢰를 앞세운 가성비 이커머스의 가능성을 말했다.
그러나 쿠팡이 장악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쉽게 흔들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 효율을 높이려면 수도권 요지에 물류센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남은 부지가 없을 것”이라며 “물류망 구축을 마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징둥닷컴의 파급력을 우려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