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선 출마문' 준비? 비서실장·연설담당관 같이 떠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오전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28일 사의를 표명한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오전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28일 사의를 표명한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회사진기자단

손영택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한 대행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부터 한 대행을 보좌했던 손 전 실장은 한 대행 대선 출마 준비의 핵심 멤버로 꼽혀왔다.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서울 양천을에 출마해 낙선했고, 지난 대선에선 원희룡 캠프에서 유튜브 영상물 ‘대장동 1타 강사’를 기획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손 전 실장의 사의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가 임박했다는 가장 뚜렷한 신호”라며 “곧 캠프를 가동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선언 시기로는 5월 1일 사의, 2일 출마가 유력하다. 미 해군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관할하는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과 한 대행의 30일 접견을 조율 중이라 이달 중 사퇴는 어렵다는 것이 총리실의 설명이다. 

한 대행은 이날 열린 ‘2025 원불교 대각개교절 기념식’에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국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 배려와 화합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 사회가 함께 실천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밝혔다.

손 전 실장과 함께 한 대행의 연설문을 작성해왔던 김철휘 소통메시지 비서관도 이날 사의를 표했다. 김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맡았던 베테랑 공무원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때 총리실을 떠났지만, 한 대행이 취임하면서 다시 총리실로 불러들였다. 김 전 비서관은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선언문 준비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혜 총리실 공보실장과 박경은 총리실 정무실장, 한 대행을 도왔던 외부 출신 정무직 공무원 대부분도 곧 거취를 정리하고 대선 캠프에 합류할 방침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무총리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무총리실

한 대행의 대선 캠프는 총리실 출신 인사 등 소수 정예로 꾸려진다. 대통령실 출신 행정관 일부와 옛 총리실 인사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한 대행 측은 내달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확정되면 곧바로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한 대행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하려면 대선 후보 등록 마감(5월 11일 밤12시) 전까지 단일화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정치권에선 한 대행이 출마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는 사이, 총리실 참모가 먼저 그만둔 모습이 이례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손 전 실장의 사의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는 가시화됐지만, 한 대행은 29일 평소와 같이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도 행사할 예정이다. 이날 정무위원회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 대행 대권 출마용 그림 만들기 추경을 하다 보니 적극적 정책이 없다”고 한 대행을 비판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손 전 실장의 불출석은 한 대행의 대권 출마와 관련된 행보”라고 말했다.

한편 한 대행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8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알래스카에 1300㎞의 가스 파이프라인과 액화 플랜트를 건설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프로젝트가 있고,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국내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련해선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며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수출 제한으로 인한 구글 지도(Google Maps)의 제약 문제 등을 언급했다. 주한 미군 철수 우려에 대해선 “미군의 주둔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