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오전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28일 사의를 표명한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회사진기자단
총리실 관계자는 “손 전 실장의 사의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가 임박했다는 가장 뚜렷한 신호”라며 “곧 캠프를 가동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선언 시기로는 5월 1일 사의, 2일 출마가 유력하다. 미 해군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관할하는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과 한 대행의 30일 접견을 조율 중이라 이달 중 사퇴는 어렵다는 것이 총리실의 설명이다.
한 대행은 이날 열린 ‘2025 원불교 대각개교절 기념식’에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국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 배려와 화합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 사회가 함께 실천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밝혔다.
손 전 실장과 함께 한 대행의 연설문을 작성해왔던 김철휘 소통메시지 비서관도 이날 사의를 표했다. 김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맡았던 베테랑 공무원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때 총리실을 떠났지만, 한 대행이 취임하면서 다시 총리실로 불러들였다. 김 전 비서관은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선언문 준비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혜 총리실 공보실장과 박경은 총리실 정무실장, 한 대행을 도왔던 외부 출신 정무직 공무원 대부분도 곧 거취를 정리하고 대선 캠프에 합류할 방침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무총리실
정치권에선 한 대행이 출마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는 사이, 총리실 참모가 먼저 그만둔 모습이 이례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손 전 실장의 사의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는 가시화됐지만, 한 대행은 29일 평소와 같이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도 행사할 예정이다. 이날 정무위원회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 대행 대권 출마용 그림 만들기 추경을 하다 보니 적극적 정책이 없다”고 한 대행을 비판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손 전 실장의 불출석은 한 대행의 대권 출마와 관련된 행보”라고 말했다.
한편 한 대행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8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알래스카에 1300㎞의 가스 파이프라인과 액화 플랜트를 건설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프로젝트가 있고,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국내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련해선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며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수출 제한으로 인한 구글 지도(Google Maps)의 제약 문제 등을 언급했다. 주한 미군 철수 우려에 대해선 “미군의 주둔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