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해 본인의 뇌물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뇌물‧배임 등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종일 ‘거부합니다’를 859회 반복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28일 오전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조형우)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다. 이 재판은 2021년 기소 후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 전 실장은 당초 지난 21일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치과 치료를 이유로 한 차례 불출석한 뒤 이날 처음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 내내 "증언 거부합니다"
재판부가 “질문을 들어보고 질문마다 (증언을 거부할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고, 질문은 다 하는 것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혀 검사 측의 질문만 종일 계속됐다. 검찰은 “조사를 받을 땐 ‘재판에서 진술하겠다’ 했고, 형사33부 재판과 같이 이 재판도 똑같은 법정진술인데 거부하는 건 (피고인이 아닌 증인으로) 이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면 (위증으로) 처벌받기 때문인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으나 정 전 실장은 증언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조 부장판사가 “이 재판 피고인들도 증인 재판 가서 장시간 증언했는데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형사책임이 걸려있으니 어려운 문제인 건 알지만, 본인은 다 물어놓고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라고도 달랬으나 “마음 먹은 게 있으니 증언을 거부하겠다, 양해해달라”는 답만 되돌아왔다.
檢 “증언 신빙성 배척될까 봐 거부하나” 언쟁
정 전 실장은 “백현동 관련 사건에서 검찰 신청 증인이었는데, 검사가 ‘다른 재판을 직접 받고 있는데 굳이 1심 증인을 나갈 필요가 있냐’고 해서 안 나갔고 2심엔 나갔다”며 “증인신청과 관련해 신뢰가 없어서 재판에서도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항상 제가 생각지 않은 부분을 비틀어서 쓰기 때문에 어떤 증언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은 “본인이 ‘본인 재판과 동일한 사안이라 증언을 거부한다’고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것이고, 당시 사유서에도 검사 언급은 전혀 없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김인섭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 증인 증언의 신빙성이 배척된 걸 보고 증언을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정 전 실장은 “그 판결문을 본 적 없고, 마음대로 상상하시라”며 받아쳤다. 문답 과정 중 서로 “뭐하는 겁니까” 라며 언쟁이 격해져, 재판부가 “두 분 다 그만하십시오, 많이 나가셨네요.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죠”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으며 주신문이 일찍 끝났지만 정 전 실장은 앞으로 세 번 더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 다음 달 12일 유동규‧김만배‧남욱‧정민용‧정영학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이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