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이어진 쌀 소동으로 일본 정부가 비축미 방출까지 나섰지만 쌀값은 16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웃 지바(千葉)현에서도 도난 사건이 이어졌다. 일반 가정집의 창고에 보관 중이던 쌀 160㎏이 하룻밤 새 사라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바현 북동부의 아사히시(旭市)에서도 쌀을 도둑맞았다는 신고가 4건이나 접수됐다. 지난 한 달 사이, 아사히에서 도난당한 쌀은 약 1t에 이른다.
계속되는 '레이와의 쌀 소동'
일본에선 이번 쌀 대란을 연호에 맞춰 ‘레이와(令和)의 쌀 소동’으로 부른다. 올해는 레이와 7년이다. 일각에선 더위로 인한 작황이나 해외 관광객 수요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쌀 부족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레이와의 쌀 소동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쌀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마트에선 1인당 쌀 구매 제한을 두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햅쌀이 풀리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가을 추수 기간이 지나서도 쌀 부족은 해결되지 않았다.

쌀값이 급등하면서 미국산 쌀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최근 비축미 방출까지 나섰지만, 쌀값은 안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축미를 두 차례나 방출했지만 실제 소매점에 풀린 쌀은 전체의 약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도쿄의 한 슈퍼에서 만난 주부는 “집 근처 마트에서 쌀을 사곤 했는데, 비축미는 아직 못 봤다”고 푸념했다.
폭등한 쌀값에 일본 소비자들은 쌀 소비를 줄이고 있다. 빵과 면을 섞어 쌀 소비를 줄이는 혼식까지 등장했다. 기업들도 대책에 나섰는데 편의점인 패밀리마트는 주먹밥 매대에서 ‘김 없는 주먹밥’을 지난해보다 늘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패밀리마트가 지난해 내놨던 김을 두르지 않은 주먹밥은 약 5개 제품이었다. 하지만 쌀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쉽게 주먹밥을 구입할 수 있도록 김을 없앤 제품을 10개로 늘렸다. 편의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먹밥 매출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또 다른 편의점인 로손은 주먹밥에 면을 더한 도시락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존엔 주먹밥 두 개 들이에 계란말이와 같은 반찬류를 더한 도시락이었다면, 주먹밥을 하나로 줄이고 면을 보태는 등 편의점 도시락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