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에 들썩이는 가계대출…성장률 둔화에 대출 공급 줄어든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5조원가량 불어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났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났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대출이 늘었다.

꺼져가던 가계대출 증가 불씨 다시 살아나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1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 말보다 5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달 말일(30일) 신용대출 상환 등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반영하더라도 증가 폭이 5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1월(-9000억원), 2월(4조2000억원), 3월(4000억원)을 거치면서 증가세가 둔화하는 듯했으나 4월 들어 추세가 바뀌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꺼져가던 가계대출 증가 불씨에 다시 불이 붙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건 은행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2조3253억원으로, 3월 말(738조5511억원)보다 3조7742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기준으로 지난해 9월(5조6000억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저점 기대한 ‘빚투’ 수요 늘어 

5대 은행의 주담대는 지난달 들어 29일까지 2조7073억원 불어났다. 이 기간 신용대출은 1조1046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1월(2442억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스피와 미국 주식 등의 변동성이 모두 확대하면서 저점을 노리고 매수하려는 빚투 움직임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하반기엔 지난해와 같은 대출 절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경상성장률(물가상승을 포함한 경제성장률) 이내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은행별로 올해 가계대출 한도를 정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성장률 전망 하향이 불가피하다 보니 가계대출 한도 역시 줄어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