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투자’ 행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삼성조차도 매우 큰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오늘 아침에 발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회의 직전에 삼성이 관세 때문에 미국에 대규모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들었다”며 “우리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삼성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투자’ 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삼성이 여기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삼성도 (미국에) 매우 큰 공장을 건설할 거라고 오늘 아침에 발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 토요타 테드 오가와 북미법인 사장,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신규 투자 계획을 내놓은 글로벌 기업 대표 23명이 참석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는 콕 집어 재차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이 미국에 짓기로 했단 공장이 정확히 어떤 시설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국내 재계에서는 전날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거론한 TV·가전 생산지 이전 검토 건을 트럼프가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로 지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부사장은 TV·가전 분야 관세 대응책과 관련해 “프리미엄 제품 확대를 추진하고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한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을 고려해 관세 영향을 줄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세탁기 공장을 두고 있으며, 멕시코 케레타로·티후아나 공장에서 냉장고·건조기·TV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밖 생산량을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할당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게 곧 미국 공장 건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압박 지속하는 트럼프

삼성의 텍사스 반도체 팹 현장. 사진 삼성전자
미국은 또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투자를 추켜 세우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장관은 29일 TSMC의 애리조나주 3공장 착공 현장을 찾았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TSMC의 1000억달러 추가 투자에 트럼프 행정부가 낸 비용은 0달러”라며 “4만명 건설 일자리와 2만명의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것이 트럼프 관세 모델”이라고 말했다. TSMC의 대미 투자 규모는 누적 165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에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4조원) 이상의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패키징 공장을 거의 다 지었지만 관세와 수주 상황을 보며 속도 조절 중이다. 박순철 CFO는 “미국의 반도체 관세 정책의 향배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대응안을 지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