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자체 AI칩 개발에 엔비디아 속앓이…젠슨 황 "격차 크지 않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비디아 CEO 젠슨 황(오른쪽)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비디아 CEO 젠슨 황(오른쪽)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항해 중국 화웨이가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엔비디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기술력이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고 경고하며, 미국 정부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인 '힐 앤 밸리 포럼'에 참석한 후 취재진과 만난 황 CEO는 “중국은 (AI 칩 분야에서) 미국에 뒤처지지 않았다. 중국은 우리 바로 뒤에, 아주 가까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황 CEO는 기술 우위를 유지하려면 “미국의 AI 기술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AI칩 수출 제한 정책이 오히려 자국 기업의 기술 지배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대표 기업이지만 미국 정부의 규제로 중국에 고성능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정부는 엔비디아가 중국을 겨냥해 만든 저성능 AI칩인 ‘H20’ 판매마저 금지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로 약 55억 달러(약 7조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황 CEO는 특히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콕 집어 경계심을 내비쳤다. 황 CEO는 화웨이를 일컬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 기업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화웨이는 AI를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컴퓨팅과 네트워크 기술에서 놀라운 능력을 갖췄다. 지난 몇 년간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인 ‘H100’보다 강력한 자체 AI칩 ‘어센드 910D’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성능 테스트를 위해 중국 기술 기업들과 접촉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 첫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위축시키기 위해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자 오히려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면서 자체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형국이다. 황 CEO는 “우리는 이 산업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국내 제조 능력을 가능하게 하고 지원하며 가속화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의 의지와 국가의 자원을 통해 국내에서 제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