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 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열린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30일 발족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 권오을·이인기 전 한나라당 의원 같은 옛 여권 인사가 대거 합류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우상호·박용진·임종석 전 의원 등 비명계 인사들도 총망라한 ‘빅 캠프’ 형태였다. 그런 ‘이재명 대세론’은 이날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처음 돌부리에 걸린 셈이 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운데)가 윤여준, 박찬대 총괄상임선대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대법원 결정이 중도·보수 유권자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컨설턴트인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흩어진 보수층이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결집할 것이고, 특히 관망하던 중도 보수층까지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진보층은 흔들리지 않겠지만, 중도층에는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을 중도층을 국민의힘이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향후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같은 양당 바깥의 제3지대 후보들과 국민의힘 후보를 묶는 ‘반명(反明) 연대’의 명분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전직 의원은 “이념과 진영을 초월한 ‘반(反)이재명 연합’이 탄력을 받으려면 명분이 중요한데, 대법원이 이 후보 과거 발언을 ‘공직 적격성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허위’라고 질타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명분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출마 자체가 대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가 된 것과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진행 중인 재판이 정지되느냐 여부를 둘러싼 ‘헌법 84조 논쟁’이 크게 활성화된 것은 이 후보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소추만 정지될 뿐 재판은 당연히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이 되면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되는 게 헌법학계의 통설”(박균택 의원 등)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본선에서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놓고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며 “이 이슈 하나로 승패가 갈리진 않겠으나, 격앙된 민주당이 거친 발언을 쏟아내면 일부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