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대행’ 체제, 미‧중 관세협상에 널뛴 환율…원화값 15.7원 상승

달러당 원화값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내 정치 불안과 미·중 관세 협상 기대가 맞물려 환율 변동 폭을 키웠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스1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스1

 

15원 하락 출발, 15원 상승 마감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405.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1421원)보다 15.7원 상승(환율은 하락)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비상계엄 사태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1402.9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원화가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원화값은 급락했다. 전 거래일 주간 종가(1421원)보다 15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1436원으로 출발한 뒤 장 중 1440원을 넘보기도 했다.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까지 공석이 되면서 시장 불안감이 확대된 탓이다.

그러던 원화값은 이날 오후 들어 반대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진전된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치가 일제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율은 이날 하루 동안만 35원 넘게 널뛰었다. 원화값이 위안화와 같이 움직이는 동조 현상이 뚜렷한 덕분에 국내 정치 불안에도 불구하고 원화값이 크게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최근 중국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면서 대화 시작을 희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이 중국과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음을 언급하자 중국 정부는 이같이 반응했다. 관세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공식적인 신호가 양국에서 나오면서 위안화 가격이 급등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대통령 대행 1·2순위가 연달아 사임하면서 6월 초 대선 전까지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날 개장 이후 오전까지는 원화값을 내리눌렀다”며 “그러나 이후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상 가능성을 크게 받아들이면서 추세가 뒤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가치가 위안화와 동조를 보이면서 급격한 강세로 돌아섰다”며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사퇴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한 달 후면 대선이 치러지는 데다 이미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고비를 넘어왔던 만큼 한 총리와 최 부총리 사퇴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김범석 경제부총리 직무대행(기재부 1차관)은 경제부처 수장 회의체인 F4 회의에 참석해 “중대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외환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 최소화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 점검·대응 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