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이 죽었다"…음주가무 흥미 잃은 요즘 독일 청년들, 왜 [세계한잔]

용어사전 > 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 2021년 7월 23일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샤인 지구의 나이트클럽에 앞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1년 7월 23일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샤인 지구의 나이트클럽에 앞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클럽이 죽었다"
독일어로 '클럽의 죽음'을 뜻하는 '클룹스테어벤(Clubsterben)'이란 용어를 다룬 외신 보도가 최근 들어 잦아졌다. 특히 CNN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나타나고 있는 클럽 문화 쇠퇴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 2012년 무렵부터다.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베를린 클럽들의 운영난을 언급하면서다. 이 시기 베를린 클럽들은 젠트리피케이션(도심 특정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내몰리는 현상), 소음 민원 등의 문제로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2020년대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코로나19가 끝나면서 클럽들은 재도약을 기대했지만, 클럽의 주 고객인 독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 세대)가 클럽 출입을 외면하면서 이런 현상은 오히려 더 심화됐다. 

베를린 클럽위원회가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클럽의 약 절반이 올해 안에 사업을 접을 생각일 정도다. 


지난해 5월 베를린의 한 클럽. 사진 X(옛 트위터) 'VITALICOFFICIAL'

지난해 5월 베를린의 한 클럽. 사진 X(옛 트위터) 'VITALICOFFICIAL'

유흥에 흥미 없는 독일 Z세대

유럽에서 가장 유서 깊은 일렉트로닉 음악 명소로 꼽혔던 22년차 클럽 '워터게이트'도 지난해 연말 문을 닫았다. 워터게이트 경영진은 당시 폐쇄 이유에 대해 "Z세대의 밤 문화 변화가 결정적이었다"고 방송에 말했다. 상당수 독일 Z세대가 '음주가무'에 흥미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또 코로나19 시기에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이었던 이들은 클럽에 가는 것 자체를 낯설어 한다.   

2023년 7월 독일 컨설팅사 하바스 저머니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중 40% 이상이 성폭력이나 마약 등 잠재적인 위험을 이유로 클럽 파티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오르면서 비싸진 클럽 입장료도 Z세대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소다. 다리아(24)는 CNN에 "'네포 베이비'(일종의 문화계 '금수저'를 가리키는 표현)나 상류층이라면 쉽게 부담할 수 있겠지만, (흙수저 출신인) 나와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에미코 게이치 베를린 클럽위원회 대변인은 "과거엔 클럽이 돈이 없는 젊은이들도 쉽게 갈 수 있는 장소였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방송에 말했다.

대신 독일 Z세대는 논알코올 파티나 예술 워크숍, 북클럽, 요가·명상 모임 등 문화 활동에 더 관심이 많다. 베를린에서 자란 대학생 호세(26)는 "베를린 클럽 문화는 확실히 이제 덜 흥미롭다"며 "사람들은 좀 더 소규모인 행사나 문화 행사에 참여하길 원한다"고 방송에서 말했다. CNN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클럽이었던 공간들은 Z세대의 수요에 맞춰 영화 상영을 하거나 전시회나 콘서트가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