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1시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도로 앞 갯바위에 들러붙은 괭생이모자반.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오후 1시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도로. 검붉은 색의 괭생이모자반이 검은색 현무암 갯바위 전체를 가득 메웠다. 겹겹이 쌓인 모자반은 갯바위 전체를 휘감아 지독한 비린내를 냈다. 모자반 중간마다 페트병, 각종 어구 등 해양쓰레기가 엉켜있다. 페트병에는 중화권 간체자가 쓰여있다. 물속에도 모자반이 가득해 보였다. 그 사이로 오리가 힘겹게 물갈퀴 질을 하며 먹이활동을 했다.
1일 오후 1시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도로 앞 갯바위에 들러붙은 괭생이모자반 사이로 오리 2마리가 힘겹게 물갈퀴질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곳은 함덕해수욕장과 카페·식당 등이 있어 관광객이 주로 다니는 해안도로다. 관광객 김지연(38·서울)씨는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길인데, 비린내에 놀라 바다를 보다 더 놀랐다”며 “보기에도 그렇지만 냄새가 역해 얼른 치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1일 오후 1시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도로 앞 갯바위에 들러붙은 괭생이모자반. 최충일 기자
‘제주바다 불청객’으로 불리는 괭생이모자반이 해변을 뒤덮자 제주도가 긴장하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은 매년 제주를 비롯해 전남 해역 등에 약 1~2만t 정도 유입된다. 대규모 띠 형태로 최대 5m까지 자라 이동한다. 양식장 그물이나 시설물에 달라붙어 어업활동에 지장을 주며, 선박 스크루에 감겨 어업인과 배를 이용하는 관광객 안전까지 위협한다. 제주 토속음식인 ‘몸국’을 만드는 참모자반과 달리 삶아도 좀처럼 부드러워지지 않아 먹지 못한다.
1일 오후 1시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도로 앞 갯바위에 들러붙은 괭생이모자반 사이에 중화권 간체자가 쓰인 페트병이 엉켜있다. 최충일 기자
주요 발생지는 ‘중국 남부 해안’이 유력하다. 이 모자반은 수온이 상승하는 봄철 동중국 해안에서 발생해 연안 암석에 붙어살다 파도나 바람에 떨어진다. 그 후 대규모 띠 형태로 구로시오 난류를 따라 북상한다. 이게 대마난류를 타고 한국 남서부 해역과 제주도로 유입된다. 2015년을 전후해 중국은 해양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바다숲 조성과 생태환경 복원을 위해 괭생이모자반을 대량 이식했다. 제주바다에 모자반이 보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5년 당시 유입된 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동중국해 연안에서 발생한 것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5월 7일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 밀려든 해조류를 치우고 있는 제주도 관계자들. 최충일 기자
괭생이모자반은 매년 3~6월에 집중적으로 밀려온다. 제주지역 괭생이모자반 수거량은 2019년 860t, 2020년 5181t, 2021년 9755t으로 매년 많이 늘어나다 2022년부터 연간 500t 수준을 보인다. 올해는 지난 2월까지 약 50t을 수거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일대에서 미역 종류로 보이는 해조류가 대량으로 밀려 들어와 제주도가 집중 정화 작업에 나섰다. 이날 수거한 해조류의 양만 20t에 달했다.
1일 오후 1시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을 찾은 관광객이 갯바위에 들러붙은 괭생이모자반을 뒤로하며 걸어가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그간 지역 농가에 수거한 해조류를 거름용으로 나눠주는 등 처리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산성화한 토지에 염분과 미네랄이 함유된 해조류가 녹아들어 땅을 중성화할 수 있어서다. 제주시는 2021년엔 수거한 9755t 중 대부분을 퇴비로 농가에 공급했다. 2022년부터는 수거한 모자반의 양이 많지 않아 대부분 소각 처리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 강풍이 불어 해조류가 대량으로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올해는 1월부터 많은 양의 해조류가 떠밀려와 지속해서 모니터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