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살던 제게 손 내밀어줬다" 한센인 편지에…김문수 울컥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4일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적이고 위대한 나라를 히틀러, 김정은, 스탈린, 시진핑의 나라보다도 더 못한 나라로 끌고 가려고 한다. 제가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4일 한센인 마을인 경기도 포천시 장자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4일 한센인 마을인 경기도 포천시 장자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으며 대선 후보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김 후보는 이승만ㆍ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하게 발전시키겠다”고 썼다.

현충원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독재자에 빗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과 관련해 “의회를 다 장악해서 대통령을 탄핵하고, 줄탄핵 31번이 모자라서 대법원장까지 탄핵하나”라며 “히틀러보다 더하고 김정은도 이런 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날 이 후보가 자신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걸 두고 “헌정질서 회복과 완전히 반대로 가는 것 같다”고 한 데 대해선 “저는 이 나라 헌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길인지, 삶을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이라며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사람이 저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상견례 자리에서 “우리 당이 굉장히 상황이 어렵다. 복잡하고 험난한 길이 앞에 많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과 함께 손 잡고 하면 못할 게 없다. 못할 일이 없는 대한민국, 하면 되는 대한민국, 잘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정치 자체가 위기에 빠졌는데, 위기를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로 생각하겠다”며 “세계 역사상 유례 없이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 역사를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5.4/뉴스1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5.4/뉴스1

김 후보는 이날 첫 방문 지역으론 경기 포천시 신북면에 있는 한센인마을인 장자마을을 선택했다. 장자마을은 김 후보가 민선 5ㆍ6기 경기지사를 지낼 당시 수시로 방문해 주민들과 만남을 가졌던 곳이다. 청록색 점퍼에 면바지 차림으로 마을 경로당을 찾은 김 후보는 주민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건네며 “잘 지내셨지요”라고 안부를 물었다. 최종국 장자마을 대표는 “과거에 김 후보가 혹시라도 대통령 자리에 가면 첫 번째로 여기 오겠다 한 약속을 후보가 돼서 지키신 것에 대해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길용 한센총연합회장이 “후보 단일화를 하실 때 양보하실까봐 걱정된다. 양보 안 한다고 약속해달라”고 청하자 김 후보와 참석자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김 후보는 40여명의 참석자들을 둘러본 뒤 감정이 북받친 듯 5초 가량 말을 잇지 못했다. 박수가 쏟아지자 김 후보는 “여러분들 아주 오늘 보니까 때깔이 훤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이 마을에 처음 왔을 때 쓰레기를 태우면서 염색공장을 하고, 단속 나오면 잡혀가서 전과도 보태고 하는 그 절망의 싸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신 여러분들이 애국자”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주민이 “문둥이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 눈을 피해 산에 숨어 살던 제게 (김 후보가) 밖으로 나오라고 손을 내밀어주고 안아주셨다”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하자 눈을 감고 감정을 추스르기도 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5.4/뉴스1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5.4/뉴스1

첫 행선지로 장자마을을 택한 이유에 대해 김 후보는 “우리 행정이 가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며 “불법을 많이 단속해 전과자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행정이 해야 할 일이 아니고, 가장 어려운 분들을 찾아뵙고 따뜻한 보살핌을 하는 게 행정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후보는 한덕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가급적 넓은 폭으로 모든 분들이같이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단일화 시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다”면서도 “너무 늦지 않게 해야된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저도 최대한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경기 의정부 제일시장을 방문해 20분 가량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상인들이 “김문수 화이팅”, “김문수 대통령”을 외치자 김 후보도 “열심히 하겠다”고 머리 위 ‘손하트’를 그리며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