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의 2029년 개항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부가 공사 기간을 기존보다 2년 늘린 기본설계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의계약 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안전을 위해 108개월(9년) 이하로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건설될 예정인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번 주 내로 공사 기간에 대한 구체적 사유와 관련 설명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반 상태가 연약하고, 공사 면적이 여의도 2배 이상으로 넓어 정부가 제시한 84개월(7년) 공사 기간 내에는 활주로와 터미널 공사도 마치기 어렵다는 것이 컨소시엄의 입장이다. 컨소시엄엔 현대건설(지분율 25.5%)과 대우건설(18%), 포스코이앤씨(13.5%)가 참여한다.
가덕도 신공항은 2.9㎢ 면적에 항공 활주로와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 초대형 공사다. 바닷속 연약 지반을 견고하게 개량하고, 산을 깎아 토석으로 바다를 매립해 공항 부지를 만든다. 남산 3배 면적(1억5000만㎥)을 발파해 2억3000만㎥의 토석을 만들고, 이 토석으로 해저 25m~70m 높이를 매립하는 작업이다. 부지 주변은 태풍 발생 시 파도가 12m에 이르는 먼바다에 해당하는 지역이라 높은 파랑을 차단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케이슨)도 설치해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7개월이 소요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약 6개월간 일평균 250명의 공항·항만·설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설계 검토를 진행한 결과”라며 “지형 자체가 자연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안전을 고려하면 지난달 제출한 기본설계안대로 공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컨소시엄은 공사 기간을 기존 84개월에서 108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기본 설계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기본설계안 보완과 구체적인 설명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가덕도 신공항 공단과 합동 TF를 즉시 가동했다. 협상 결렬과 차기 입찰까지 염두에 둔 조치다. 지난달 29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찰 조건에 맞지 않는 설계서라 보완을 요구했고, 보완이 안 되면 플랜B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며 "가덕도 신공항이 지연되지 않도록 기술·행정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는 4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격화됐다. 정부와 컨소시엄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입찰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다른 시공사를 찾더라도 착공이 더 늦어지기 때문에 2029년 말 개항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