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니셔티브, 에너지委…경제계, 대선 후보에 ‘100대 제언’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기획) 추진, 국가에너지위원회 신설, 신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퇴직 후 재고용 확대….

6월 3일 대통령 선거 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할 차기 정부에 대한 우려 때문일까. 경제계가 위 내용을 포함해 건의사항을 모은 '100대 과제'를 대선 후보에게 전달했다. 경제 5단체가 대선을 앞두고 공동으로 정책 제언집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현 상황이 절박하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11일 대선 후보에게 제언하는 형식의 ‘미래성장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제안’ 100대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경제 5단체는 제언문에서 “과거의 성장 공식이 통하지 않고 새로운 전략이 절실하다”며 “다가오는 대선이 한국 경제라는 나무를 다시 키울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언집은 대선 주자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성장 촉진 동력, 신(新)산업 이식, 경제 영토 확대, 성장 토양 조성 및 활력 제고 등 4대 분야로 나눠 현실진단 및 분석, 정책 제안을 269장에 걸쳐 담았다. 성장 촉진 동력을 키우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국가 AI 역량 강화를 꼽았다. 3+3 이니셔티브(3대 투입요소인 에너지·데이터·인재와 3대 밸류 체인인 인프라·모델·AI 전환) 전략 마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메가 샌드박스(광역 지자체 단위 규제 완화,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담 부처를 신설하고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제언했다. 전력망 확충, 전기요금제 다양화 등 에너지 산업 전체를 다루는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 설치도 주문했다.


미래 먹거리인 항공우주·로봇·바이오·친환경선박 등 신산업을 키우려면 정부 차원의 초기 예산 투자와 민간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 육성정책을 강화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다리부터 놔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초기 중견기업으로 한정한 정부 지원 대상을 전체 중견기업으로 넓히고, 금융·연구개발(R&D) 등 맞춤형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생존전략도 담겼다. 먼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합동 협상 지원체계 구축과 대(對)미 통상 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풍부한 핵심 광물이 있고, 성장 잠재력도 큰 아시아·아프리카·중동·중남미 등 신흥시장 거점 국가와 신규 FTA를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공급망 리스크(위험)를 줄이기 위해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고용노동 정책도 주문했다. 대·중소기업 이중구조 심화와 청년고용 감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일률적 법정 정년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 확대를 해법으로 제언했다. 고령 인력의 고용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연공서열 위주 임금 체계를 직무와 성과에 기반을 둔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제언집은 대한상의가 지난달 진행한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나만의 정책’ 설문조사에 참여한 국민 8184명의 의견 2만4490건도 반영했다. 국민은 21대 대선 후보에게 가장 바라는 정책으로 민생경제와 기업·산업의 성장, 경기회복 등을 꼽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미래와 성장에 초점을 맞춰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차기 정부가 꼭 추진해야 할 100대 정책과제를 제언집에 담았다”며 “저성장 뉴노멀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