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가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후보 연설을,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운데)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국민의례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 구상 발표 준비를 각각 하고 있다. 연합뉴스
G7·나토서 '트럼프 변수' 대응
G7 초청국은 의장국이 의제 등을 고려해 선정하는데, 올해 의장국인 캐나다는 한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긴밀히 협력해 왔다. 캐나다의 새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면 조만간 초청국 명단이 발표될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이 포함될 경우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와 처음 마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어 다음 달 24~26일에는 네덜란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국은 나토의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로서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참석했기에 올해도 참석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북·러 군사협력 규탄을 위한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대러 압박에 동참하라는 서방의 요구에 어떻게 답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6월에 예정된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 중심의 다자 무대에서 새 대통령은 그간 이들이 집중해온 대중 압박 전선에 한국도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아들게 될 전망이다. 이미 이들이 형성한 대중 전선이 점차 공고해지는 가운데 과거의 전략적 모호성 같은 선택지로는 이런 난제의 돌파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트럼프 자체도 큰 변수다. 전문가들은 2018년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 등 서방의 다른 정상과 대치하던 유명한 장면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외교적 포지셔닝이 중요한 이유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기존의 질서를 뒤집으려는 트럼프와 자유주의 질서를 지키려는 서방 진영, 즉 '카운터 트럼프' 사이에서 한국이 어느 위치에 설지가 관건"이라며 "또 트럼프의 중국을 겨냥한 디커플링 시도, 상호 관세 협상 등은 미·중 사이 '줄 서기'를 사실상 강요받는 이슈이기 때문에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에서 개최된 주요7개국(G7) 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운데 푸른 옷)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관세·북핵 '정교한 전략' 시급
이와 관련, 지난 6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에서 관세 협의와 관련해 "한국 대선 정국을 감안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예외 없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관세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차기 정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대통령 방미 등을 통한 단독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러려면 그 전에 한국의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견고한 원칙이 정립돼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라는 뒷배를 새로 얻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런 김정은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트럼프를 상대하려면 한국도 진화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상대 '첫인상' 관건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차기 대통령은 당선 이후 이른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와 한반도 안보 문제를 포괄적으로 조율하고 대외정책의 기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후 중국과의 소통을 본격화해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한국의 외교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 문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분명히 하되 대화를 위한 유연성을 병행하도록 한·미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둔 차기 대통령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5년 수교 50주년 때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상대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기념 리셉션에 교차 방문했다.
서울에서는 다음 달 16일 주한 일본 대사관이 리셉션을 연다. 일정이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와 겹쳐 대통령이 G7에 간다면 물리적 참석은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오히려 G7 회원국인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캐나다 현지에서 회담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2015년 6월 22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박수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