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의 로봇 제작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 보스턴다이내믹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기관 투자자 설명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용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의 로봇 개발사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8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상용화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부품사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확인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로봇의 관절이나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는 로봇 전체 하드웨어 제작 비용의 약 40%를 차지한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가 사이버 트럭 앞을 걸어가는 모습. 사진 테슬라 유튜브 캡쳐
이들 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해 공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경우 차체를 찍어내는 프레스 공정과 용접으로 차체를 이어 붙이는 공정은 산업용 로봇 활용 자동화율이 각각 90%, 80%에 달하지만, 차량 내부에 복잡한 전자장치를 설치하는 의장은 공정의 15% 수준만 자동화됐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휴머노이드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여러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라며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과 공통점도 많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가 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 BMW는 지난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공장에 이 로봇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사진 피규어AI
휴머노이드 로봇은 미래 산업 현장을 바꿀 핵심 기술이지만,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가 예고한 대로 올해 5000대의 로봇을 양산해 공장에 배치한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 현장에서 상용화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구글·메타 등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 기업(빅테크)도 AI 기술력을 앞세워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 이좡개발구에서 열린 첫 휴머노이드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톈궁 울트라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산업 현장에서의 실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황면중 서울시립대 기계정보공학과 교수는 “미국·중국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건 로봇을 실전에 투입해 정보를 학습시키고, 그 데이터로 로봇 성능을 계속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험실 테스트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실증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