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2일 서로에게 부과했던 상호 관세를 일단 90일간 대폭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협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양국의 대치 국면이 일부 해소되면서 한·미 협상에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당국 고위관계자는 이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싸우는 것보다 타협점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한국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미·중 양국이 큰 틀에서 관세 철회 및 유예하기로 하고 후속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하면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입장에선 글로벌 수요의 급감과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돼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밝혔다.
현재 한·미 통상당국은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2+2 통상협의’를 통해 7월 8일을 협상 시한으로 두고 ‘패키지 딜(줄라이 패키지)’ 타결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당시 고위급 협의에서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로 의제를 좁혔고, 이를 세부적으로 논의할 작업반(워킹그룹)을 구성해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협상을 이끈 그리어 대표는 오는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을 위해 방한한다. 앞서 정부는 이달 그리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그간 협의한 내용의 중간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영국·중국·인도 등과 협상에서 빠르게 타협점을 찾으면서, 한국과 협상 속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지난 8일 영국과 첫 무역 협상을 타결지은 데 이어 이날 중국과 관세를 내리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인도와도 원칙적인 합의에 근접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 고위관계자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완벽한 타결을 이룬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국가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우리가 정한 페이스대로 협상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통상당국은 다음 달 3일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미국과 협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달 중순께 미국과 3차 협상을 앞둔 일본도 여전히 신중 모드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1일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과 관련해 "기한이 온다고 해서 불리하더라도 타협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최근 “한국·일본과 협의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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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