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만난 건 운명" 문자 뒤 승진…또 터진 경찰 인사청탁 의혹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뉴스1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씨에 이어 정치 브로커 명태균(55)씨 관련 경찰 인사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내세우며 인사를 포함한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23년 7월 경남 창원서부경찰서 정보과 형사인 A경위가 명씨에 자신과 상관의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근 경찰이 감찰에 착수했다. A경위가 명씨에게 “의원(김영선 전 의원을 지칭)님께서 경찰청장이나 행정안전부 차관에게 B총경이 경남경찰청 정보과장을 희망하니 꼭 보내달라고 요청해 주십사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실제 인사에서 B총경은 경남청 정보과장으로 발령났다.

 
비슷한 시기 경남청 C총경도 명씨에게 자신의 프로필과 함께 “본부장님(명씨)을 만난 건 운명이 저에게 준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잘 좀 부탁드린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6개월 뒤 C총경은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앞서 관할서 현안으로 김 전 의원과 명씨를 B총경과 함께 만났다”며 “인사 시기이다 보니 관련 얘기가 나왔고 김 전 의원이 ‘어딜 희망하냐’고 물어 B총경이 정보과장 등을 말했다”고 했다. 이어 “그 자리 이후 상관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명씨에게 ‘B 총경이 정보통이니 정보과장으로 가면 잘하실 것’이란 취지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B 총경은 “의례적으로 주고받은 말일 뿐”이라며 “이후 명씨와 김 전 의원에게 연락한 적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측은 “경찰 인사에 개입한 적 없다”고 밝혔다. 명씨는 수차례 전화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검찰은 건진법사 전씨가 경찰 인사 관련 청탁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전씨를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검찰·경찰 인사들의 명함 묶음과 이력서를 발견했다. 검찰이 압수한 명함과 이력서에 기재된 경찰 인사에는 총경 이상의 고위직 간부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이뤄진 인사에서 승진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전씨 지인 등에 따르면 일부 총경급 이상 경찰이 전씨의 서울 역삼동 소재 법당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전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수억원대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통일교 전직 간부 윤모(48)씨에게 경찰 인맥을 연결해줬다는 진술도 확보해 통일교 관련 수사를 무마해준 것은 아닌지 확인할 계획이다.

 

사건 브로커 성모씨가 경찰 간부(치안감)와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성씨는 경찰 고위직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 수사를 무마하고, 경찰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 독자

사건 브로커 성모씨가 경찰 간부(치안감)와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성씨는 경찰 고위직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 수사를 무마하고, 경찰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 독자

 
브로커를 통한 경찰 인사 청탁 사건은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됐다. 2023년 호남 지역에선 ‘사건 브로커’ 성모(64)씨가 현직 경찰관 4명으로부터 승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 모두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전·현직 치안감도 수사를 무마해준 혐의로 수사망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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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엔 한 전직 경찰 간부가 전직 치안감 조모(63)씨와 현직 경찰관 사이에서 인사 브로커 역할을 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조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찰에선 인사 청탁 사건이 재발하는 데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은 “인사 청탁은 극히 일부의 일탈일 것”이라면서도 “문제가 반복되는 건 그만큼 인사가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걸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성씨를 통해 인사 청탁을 한 전직 경찰관은 통화에서 “지금은 후회한다”면서도 “인사가 주관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그 당시엔 인맥을 통한 승진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찰청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조직의) 승진 폭이 좁다 보니 과도한 경쟁, 직원 불안 심리 등에 편승한 부당한 인사 개입이 가끔 발생하는 것 같다”며 “인사권자와 외부인의 유착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승진이 주관적 요인보다 시스템이나 규정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전씨가 대선 직후인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을 통해 공천 등에 개입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전씨가 봉화군수·경북도의원·영주시장 등 경북지역 선거 예비후보들의 프로필 등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한홍 의원에게 보낸 정황을 확보했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청탁이 아닌 추천을 한 것”이란 취지로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