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청문회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에 대해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 위헌·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소집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조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을 비롯해 대법원 소속 판사 16명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65조,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정한 국정감사·조사법 8조 및 국회법 37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反)한다”는 게 이유였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서석호 변호사, 이성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음모론은 서 변호사의 담담한 대응 앞에 무너져 내렸다. 서 변호사는 박균택 민주당 의원 질의에 “윤 전 대통령과 대학 동기는 맞지만 한 전 총리와 조 대법원장과는 친분이 전혀 없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서 변호사가 ‘금호법학회’라는 모임의 총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금호법학회가 서울대·경북고 사람들이 만난 것인데 조 대법원장도 금호법학회 회원 아니냐”고 재차 추궁하자 서 변호사는 “작고하신 김철수 (서울대 법대) 교수님의 제자들만 모이는 모임이라서 조 대법원장은 회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측이 재반박을 하지 못하며 청문회 분위기가 시들해지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진짜 뱀장어 대가리에 참기름 발라놓은 그런 얘기 하지 말라. 말이 되느냐”며 “내란 수괴(윤 전 대통령)와 조 대법원장을 서 변호사가 브릿지(다리 역할)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한 서 변호사는 청문회 말미에 “이렇게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저에 대한 의혹이나 유포되는 허위사실들이 빨리 수그러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편,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조 대법원장 등의 ‘사법 남용’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법 등을 일괄 상정해 소위로 회부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사위원장 임기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선거대책위원회의 공식 방침은 대선 기간 사법부 압박을 자제한다는 것이지만 정 위원장은 이날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I don’t agree with them(나는 그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가 사법부를 겁박하는 겁사위가 됐다”(송석준 의원)며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후보한테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대법관들에게 망신주기 보복을 가하는 것은 엽기적인 인격살인”이라며 “본인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나오면 공공연히 보복을 가하는 이재명 세력의 저급한 폭력정치를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