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 가지 않고 협상 대표단만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14일 불참을 공식화한 데 맞불을 둔 셈이다.
양측 대표단과의 만남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오전 이스탄불에 도착한 러시아 대표단은 밤 늦게까지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한 뒤 "푸틴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로부터 무례함을 느낀다. 회담 시간도, 의제도, 고위급 대표도 없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무례"라고 말했다.
대신 이스탄불에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러·우 회담은 겨우 불씨를 살렸다.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16일 이스탄불에 도착할 예정이다. 러시아측 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은 "16일 오전 10시부터 우크라이나측이 회담을 위해 도착하길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차관급 파견…협상 목표 입장차

15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이 앙카라의 대통령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불참하고 대표단을 파견하자, 우크라이나는 이들을 "장식용"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측 협상단이 차관·국장급으로 구성된 '2급 대표단'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러시아는 대표단이 "자기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됐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도 뒤늦게 우메로프 장관을 단장으로 해 정보 및 군·외교 당국 차관급으로 급을 맞춘 대표단을 발표했다.
협상 목표를 두고도 양측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의 이행을 촉구하며 휴전 논의를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중단된 협상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여기엔 당시 열세에 있던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들이 포함돼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내가 푸틴 만나야 해결"

15일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아부다비의 카사르 알와탄 대통령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튀르키예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은 이스탄불 회담에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며 "나의 판단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해 직접 소통하기 전에는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응하며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러시아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협상이 진행되도록 천천히 하길 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로 발생하는 피해보다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경우 국내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함정이 더 크다고 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