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 제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민주당 정진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헌재는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재판소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재판소원이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해 헌재가 결정에 따라 재판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게 민주당 추진 법안 내용이다.
1988년 헌법재판소 발족 때 헌법소원 대상에서 ‘재판’이 빠진 이후 재판소원은 줄곧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헌재는 현행법에 따라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 등에 대해서만 재판을 취소해왔다. 1997년과 2022년(2번) 세 차례만 재판을 취소했다.
이때마다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두고 대법원과 헌재가 팽팽히 맞섰다. 한정위헌이란 법률 자체는 합헌이지만, 특정한 방식으로 법을 해석·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보는 결정이다.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에 법원이 따라야 한다고 봤고, 대법원은 “법 해석은 법원의 권한”이라고 했다.
이런 배경 속에 헌재는 2013년과 2017년에도 재판소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헌재는 전날 제출된 보고서에서 이같이 짚으며 “독일·대만·스페인·체코·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 등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재판소원을 인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현행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헌법 규정에 반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헌재 “재판소원 관해 검토자료 수시 제출 예정”

지난달 17일 헌법재판소 전경. 뉴스1
헌재 보고서에는 민주당 발의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 보완책이 담겼다. ▶확정판결에 대해서만 재판소원 허용 ▶재판소원에 대한 가처분 허용 ▶사전심사 및 기각제 도입 등이다.
헌재는 “통일적 사법작용을 위해 확정판결에 대해서만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청구 사유 부분에 “확정된 재판을 대상으로 청구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한 의견안을 제시했다. 또 다른 헌법소원과 마찬가지로 재판소원에도 가처분 제도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소원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중요한 헌법적 쟁점이 있는 경우에만 재판소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소원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을 냈다.
만약 재판소원이 받아들여질 경우 후속절차를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짚었다. 헌재가 낸 헌재법 의견안 75조에는 재판소원 인용시 “헌재가 사건을 관할법원에 환송하면 법원은 다시 심리하여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다만 헌재는 “헌법소원의 범위는 법률에 유보돼 있다”며 “재판소원을 허용할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보고서에서 헌재는 “재판소원 관련 사항의 충실한 논의를 위해 향후 추가로 연구, 검토한 자료를 수시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