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케네디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로버트 케네디 미 보건장관은 지난 11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유명 휴양지인 록크리크 공원의 개울에서 손주들, 비서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케네디 장관은 X에 "어머니의 날을 맞아 하이킹이나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적었다.
문제는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이 이 개울에서의 수영이나 물놀이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NPS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곳은 박테리아와 기타 전염성 병원균이 많아 수영, 물놀이, 기타 물을 접촉하는 행위가 사람이나 반려동물에게 유해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개울 근처 표지판에서도 안내하고 있다. NBC방송은 "록크리크 공원과 근처 포토맥강 등은 폭우가 내리면 하수 유입으로 박테리아 수치가 높아진다"며 "이 때문에 1971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CNN은 "논란 투성이인 미국 최고 보건 책임자가 또 한 번 비판받고 조사받을 일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CNN 등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과 보건부는 논란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 미 보건장관(사진 가운데)은 지난 11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유명 휴양지인 록크리크 공원의 개울에서 손주들, 비서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X 캡처
"기생충이 뇌 갉아먹어 기억상실" 주장…백신 음모론도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도 잘 알려진 케네디 장관은 이미 수 차례 기행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2년 "2년 전, 기생충이 자신의 뇌에 침투해 뇌 일부를 갉아먹었고 그로 인해 심각한 기억 상실과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미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그의 대변인은 "뇌가 기생충에 감염되는 신경낭미충증(촌충에 감염된 돼지고기 등을 충분히 익히지 않은 채 섭취했을 때 촌충의 유충이 뇌에 들어가면 생기는 질병)이었다"며 "지금은 치료가 필요 없을 만큼 회복됐다"고 해명했다.
대선 출마 때 2014년에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새끼 곰 사체가 발견된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당시 그런 일을 벌인 이유에 대해 "집에 가져다두려고 했는데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저녁 식사를 해야 해서 공원에 두고 왔다"며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했다. 그는 2023년 10월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다가 2024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 지지선언을 한 뒤 사퇴하고, 같은 해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직후 보건장관으로 지명됐다.
오랜 기간 백신 반대 음모론을 펴온 걸로도 유명하다. 다만 지난달에는 돌연 "홍역, 볼거리, 풍진(MMR) 백신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오는 9월까지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겠다"면서 의사 면허 없이 아동에게 의료 행위를 해 논란이 된 데이비드 가이어를 연방 연구 책임자로 임명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보도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나 의료 전문가들은, 의학 교육을 받지 않은 케네디는 미 최고 보건책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