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억 보잉기'보다 더 튄다?…역대 美대통령 받은 외국 선물

1984년 6월 18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스리랑카의 주니어스 R. 자예와르데네 대통령이 선물한 생후 18개월 된 아시아 코끼리 자야투를 백악관에서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84년 6월 18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스리랑카의 주니어스 R. 자예와르데네 대통령이 선물한 생후 18개월 된 아시아 코끼리 자야투를 백악관에서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선물(Gift). 대부분 사람에게 생일이나 명절에 주고받는 것이지만, 대통령에게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특히 다른 외국 정상이 건넨 선물은 단순한 호의를 넘어 외교 전략이자 양국 관계의 상징을 의미한다. 

역대 미 대통령들이 받은 선물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미 국립기록청(NARA)에 따르면 2008년 조지 W. 부시는 네덜란드로부터 인라인스케이트를 받았고, 2011년 버락 오바마는 시진핑 주석의 서명이 담긴 미국 국기 색깔 농구공을 선물 받았다. 오바마는 호주에서 악어 공격 보험증서도 받았는데, 만약 사고가 났다면 부인 미셸 오바마에게 5만 달러가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이 증서는 국립기록청에 보관 중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으로부터 받은 농구공. 사진 오바마 도서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으로부터 받은 농구공. 사진 오바마 도서관

 
이색 동물 선물도 많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로널드 레이건은 아기 코끼리를, 존 F. 케네디는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총리로부터 개 ‘푸신카’를 받았다.1972년엔 리처드 닉슨의 부인 팻 닉슨이 판다 그림이 담긴 담배 케이스를 보고 “정말 귀엽다”고 하자,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가 자이언트 판다 두 마리를 워싱턴 동물원에 보내며 ‘판다 외교’가 시작됐다.

리처드 닉슨의 부인 팻 닉슨이 워싱턴 국립동물원에서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공산당 총리로부터 받은 자이언트 판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닉슨 재단

리처드 닉슨의 부인 팻 닉슨이 워싱턴 국립동물원에서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공산당 총리로부터 받은 자이언트 판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닉슨 재단

이런 선물 전통의 시초는 미국 건국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취임하기 5년 전인 1784년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3세로부터 당나귀를 받았다. 이는 미국이 국가 정체성을 정립해가던 시기에 양국 간 우호 관계를 다지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1880년에는 빅토리아 여왕이 북극 탐사선 HMS 레졸루트호의 목재로 만든 책상을 선물했는데, 이른바 ‘레졸루트 책상’은 현재까지도 대통령 집무실에서 사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내 레졸루트 책상에 앉아있다. 책상 옆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아들 X.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내 레졸루트 책상에 앉아있다. 책상 옆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아들 X. AFP=연합뉴스

 
이처럼 대통령의 선물은 “단순한 물품을 넘어, 양국 간 신뢰와 우정을 표현하는 상징이자 전략이 담긴 외교의 수단”(워싱턴포스트, WP)이기에 투명하게 다뤄야 한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대통령을 포함한 연방 공직자는 480달러를 넘는 외국 선물을 보고해야 하며, 사적으로 소장할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 대부분의 고가 선물은 대통령 도서관이나 국립기록청으로 이관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타르 왕실로부터 받은 보잉 747-8 항공기는 최고가 선물로 기록된다. 항공기 가격은 약 4억 달러(약 5600억 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후 이 항공기는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도서관에 기증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카타르 왕실이 사용하는 항공기 보잉 747. AP=연합뉴스

카타르 왕실이 사용하는 항공기 보잉 747. AP=연합뉴스

다만 이번 선물을 두고 일각에선 “법적·윤리적 문제가 있다”(CNN)는 비판이 일었다. 전·현직 미군, 국방부, 비밀경호국(SS) 당국자들도 “해당 항공기를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기준에 맞추기 위한 개조작업에 수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며 “대통령 재임 중 이 항공기를 타려면 (보안) 요구사항의 대부분을 면제해야 한다”고 WP에 밝혔다. 친트럼프 측 마저 “엄격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연방 상원의 공화당 일인자인 존 튠 원내대표), “행정부에 큰 오점”(극우 선동가 로라 루머)이라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뇌물수수 금지법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선물을 거절하냐”며 “내가 아니라 미 국방부에 주는 선물”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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