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회장 휴대폰 압수…홈플러스 사태 ‘판도라’ 되나

‘홈플러스 사태’를 둘러싼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김 회장에 대한 강제수사는 지난달 말 그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한 데 이은 두 번째다.

 

지난 3월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 촉구하는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 연합뉴스

지난 3월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 촉구하는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 연합뉴스

檢 수사…김병주 MBK 회장 등 최윗선 향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이승학)는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한 김 회장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휴대전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이날 영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의 귀국이 검찰과 사전에 협의된 일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의 휴대전화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회생 절차를 계획하면서도 단기채권을 판매했는지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도 있다. 기업 회생 신청, 채권 발행 등 홈플러스의 주요 경영 계획이 대주주인 김 회장에게 보고된 후 승인을 받고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본사와 MBK 사옥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에도 김 회장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려 했지만, 그가 해외 체류 중인 탓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뉴스1

김병주 MBK 회장, 신용등급 하락 예견했나

그러나 전날 검찰이 김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해 휴대전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며 수사는 MBK‧홈플러스 최고 경영진으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검찰은 김 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사실상 예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MBK‧홈플러스 관계자들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회생 절차 신청을 계획한 정황이 담긴 내부 자료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사팀은 김 회장이 2023년 말부터 수시로 홈플러스의 적자 상황을 직접 보고받은 정황도 확인했다고 한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달 21일 김 회장 등 8명을 검찰에 긴급조치(패스트트랙)로 이첩한 핵심 사유이기도 하다.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 경영진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예견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준비하면서도 이를 숨기고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금융채무가 동결돼, 회생이 계획된 상태에서 채권 등을 발행하면 투자자를 기만하는 사기적 부정 거래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홈플러스와 MBK 측은 채권 발행 및 판매를 위한 절차를 마쳤을 때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 MBK‧홈플러스 본사(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사무실(지난 12일)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원휘 홈플러스 준법경영본부장 등 관계자 소환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 경영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